남방 불교권에서 2000년 넘게 수행되던 명상법인 ‘마음챙김 명상’이 약물요법만큼 불안증세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각과 욕구에서 벗어나 현 순간에 순수하게 집중함으로써 평온한 상태에 도달하는 일명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이 항우울제 뺨치는 불안장애 개선 효과를 발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조지타운대는 최근 메디컬센터 엘리자베스 호지 박사팀이 프랑스 캉-노르망디대학, 하버드 의대 연구팀 등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을 미국의학협회(JAMA) 학술지인 ‘JAMA 정신의학’ 최신호에 게재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를 위해 호지 박사팀은 2018년 6월부터 2020년 2월까지 보스턴·뉴욕·워싱턴 D.C.의 3개 병원에서 모집한 276명의 불안장애 환자를 시험군과 대조군으로 무작위 분류한 뒤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시험군에는 8주간 마음챙김 명상 요법을 제공하고 대조군에는 가장 일반적인 불안장애 치료용 항우울제인 ‘에스시탈로프람(10~20㎎)’을 복용토록 하는 방식이었다.

마음챙김 명상은 동남아시아 중심의 남방 불교권에서 2000년 넘게 수행되던 명상법으로, 연구팀은 1970년대에 존 카바진 박사가 개발한 ‘마음챙김 기반 스트레스 완화(MBSR)’ 요법을 사용했다.

이후 연구팀은 치료과정을 성실히 끝낸 시험군 102명과 대조군 106명의 불안증세를 1에서 7까지의 척도로 블라인드 평가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치료 이전의 평균은 약 4.5점이었는데 시험군은 1.35점, 대조군은 1.43점의 개선이 확인됐다. 호지 박사는 "이는 통계학적으로 동등한 효과"라며 "둘 모두 약 30%의 불안증세 개선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항우울제와 마음챙김 명상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비교한 이번 성과는 약물에 버금가는 대안을 찾아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연구팀의 판단이다. 약물요법은 효율적인 불안장애 치료법이지만 유의미한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부작용, 경제력 등의 이유로 복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호지 박사는 "약물과 달리 마음챙김 명상은 부작용과 경제력은 물론 지리적·시간적 제약에서도 자유롭다"며 "전 세계 3억명의 불안장애 환자들이 정상적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울 새로운 선택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 연구가 환자들이 약을 끊고 명상에 올인해도 된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경고했다. 약을 복용하면서 명상을 병행하는 방식은 문제가 없지만 약을 끊고 싶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호지 교수는 "후속연구를 통해 특정 불안장애 환자에게 명상과 약물 중 무엇이 더 좋을지 예측할 변수를 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때는 명상요법이 약물요법처럼 보험사로부터 보험 적용을 받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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