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커크
도널드 커크

이번 미국 중간선거는 2024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능가할 보수주의자 한 명을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 이름은 론 드샌티스(Ron DeSantis). 그는 민주당 찰리 크리스트 후보를 20%라는 압도적 표차로 누르고 플로리다 주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아마도 트럼프는 드샌티스가 이번 선거에서 굴욕적으로 패배하길 바랐을 것이다. 그는 이미 드샌티스를 향해 견제구를 날려왔다. 드샌티스가 자신의 대통령 재출마 기회를 위협한다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다른 공화당 후보들과 달리 월등한 승리를 쟁취한 드샌티스는 공화당 대통령 예비후보로 등극했다.

드샌티스는 경쟁 상대였던 찰리 크리스가 낙태·게이·트랜스젠더 등에 대해 쉴새없이 떠들어 준 덕분에 재선에 성공했다. 드샌티스는 학교에서 트랜스젠더 등을 가르치는 좌파들에 반대하며 문화적·사회적으로 보수적 노선을 택했다. 그의 승리 뒤에는 또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지지가 있었다. 과거 민주당에 표를 던졌던 중남미 출신 히스패닉의 과반수가 그에게 돌아섰다. 반면 수십 년 전 피델 카스트로의 쿠바 점령에 분노한 플로리다의 쿠바 공동체는 여전히 보수의 편에 섰다.

왜 히스패닉 이민자들이 그에게 표를 줬을까. 드샌티스의 정책에 대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일단 그는 미국 국경을 넘는 중남미 이민자들에 대해 바이든보다 더 강력하게 막아서겠다고 공언했다. 여기에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표심이 움직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이미 차지한 일자리와 특전을 놓고 불법이민자들과 경쟁하고 싶지 않았다.

국경을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 미국에 적대적인 남미 정권에 대해서도 드샌티스는 강경한 정책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베네수엘라와 마두로 독재정권에 대해 제재를 강화할 것이다. 드샌티스의 이런 시각과 입장은 아마도 아시아·중동·유럽 등 모든 외국의 상황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 세대 많은 미국인들과 달리, 드샌티스는 군대를 다녀왔다. 그는 하버드 로스쿨 재학 중 해군에 입대해 관타나모의 미 해군기지에서 중위로 근무했다. 2005~2006년 가장 힘든 시기에 이라크에 파병됐다. 이런 점으로 미뤄, 드샌티스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바이든처럼 전쟁터가 된 동맹국을 버리고 떠나진 않으리라는 확신을 준다. 미국의 동맹국들 중 특히 한국이 기뻐해야 하는 이유다.

드샌티스는 대만에 대해서는 중국에,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러시아 지원을 받는 북한에 대해 확고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한국과 미국의 강력한 동맹을 옹호할 것이며, 북한의 미사일 시험과 핵 프로그램에 단호하게 보복으로 행동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군이 왜 한국에 주둔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이 한국을 방어하는데 매년 50억 달러를 지불하라고 요구하는 등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했다.트럼프는 2018년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사랑에 빠졌다"고 말하며 김정은과 친밀함을 과시했다. 하지만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엄청난 ‘홍보’에도 불구하고 어떤 긍정적이거나 지속적인 결과도 가져오지 못했다.

반면 드샌티스에게는 김정은이나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등과 친구가 될 성향이 보이지 않는다. 러시아의 푸틴이나 중국의 시진핑에게도 친화적 면모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푸틴과 시진핑을 자신의 ‘재벌 거래 스타일’로 압도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드샌티스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드샌티스는 압도적인 승리로 재선에 성공함으로써 존재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공화당의 반 트럼프 세력은 트럼프의 재출마를 거부하고 있어 그를 지지할 것으로 보인다. 드샌티스가 최후의 승리를 원한다면, 공화당 온건파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반면 독재자들과 ‘사랑’에 빠지는 트럼프 식 스타일과는 결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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