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한화그룹 등 재계 총수들은 17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서울 시내에서 만남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은 지난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빈 살만 왕세자. /로이터=연합
삼성그룹,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 한화그룹 등 재계 총수들은 17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서울 시내에서 만남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은 지난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빈 살만 왕세자. /로이터=연합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660조원이 들어가는 초대형 신도시 네옴시티 건설 프로젝트 협력차 우리나라를 찾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가 그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 방한 당시처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재계 총수들과 만남을 가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16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빈 살만 왕세자의 숙소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로 정해짐에 따라 이곳에서 이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재계 총수들과 티타임을 겸한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에 재계 총수들이 앞다퉈 나서는 이유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초대형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네옴시티 때문이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사우디아라비아 홍해 인근 사막·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인 2만6500㎢ 규모의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만 5000억 달러(660조원)에 달한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미래 석유자원 고갈에 대비해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사우디아라비아 경제를 첨단 제조업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한 ‘사우디 비전 2030’의 핵심 계획으로 꼽힌다. 천문학적인 예산이 들어가는 만큼 세계 각국의 물밑 수주전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네옴시티 수주전에 뛰어든 국내 기업들에게는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이 놓칠 수 없는 기회인 셈이다.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 목적 역시 네옴시티 건설 프로젝트 관련 수주 기업과 투자처를 물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5세대 네트워크(5G),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첨단기술 분야의 사업 참여가 기대된다. 아울러 12월 발주 예정인 네옴시티 터널 공사의 추가 수주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삼성그룹은 계열사 삼성물산을 통해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짜리 네옴시티 터널 공사 수주에 성공한 바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거는 기대가 크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네옴시티에 도심항공모빌리티(UAM)와 전기·수소·자율주행차 등 하늘과 땅의 교통수단을 하나로 묶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최근 1만8000개 섬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생태계를 구축하기로 합의하면서 기술과 경험에서 경쟁사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네옴시티는 그린수소·원전·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로만 가동될 예정이다. 따라서 에너지 사업에 그룹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LG그룹, SK그룹, 한화그룹 등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네옴시티는 높이 500m, 길이 170㎞에 이르는 자급자족형 직선 도시인 ‘더 라인’과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첨단산업단지 ‘옥사곤’, 친환경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 3개로 구성된다. 2030년까지 건설뿐 아니라 원전·방산·정보통신기술(ICT) 등 다양한 분야에서 4~5차례에 걸쳐 발주가 이뤄질 전망이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17일 빈 살만 왕세자 방한에 맞춰 이사회를 열고 7조~8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인 ‘샤힌 프로젝트’의 최종 투자결정(FID)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에쓰오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가 대주주로 있는데, 빈 살만 왕세자가 아람코를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샤힌은 아랍어로 ‘매’라는 뜻으로, 이 프로젝트는 울산광역시 소재 에쓰오일 공장에 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에쓰오일은 연간 18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를 구축해 기업의 중심축을 정유에서 석유화학으로 옮기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12%에 그치고 있는 석유화학 제품의 생산 비중을 2030년 25%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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