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연합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연합

‘조작방송’과 ‘법인세 탈세’ 논란의 중심에 있는 MBC가 이번에는 자사의 보도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한 여당 의원의 스케줄을 일방적으로 취소해 또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15일 MBC노동조합(제3노조, 이하 노조)에 따르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오후 뉴스외전에 출연하기로 합의됐으나 지난 주 금요일인 11일 일방적인 방송출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

김 의원은 1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MBC에 대해 "조작방송"을 한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MBC 보도국 주변에서는 김 의원의 11일 방송 내용을 확인하고 김 의원의 출연 스케줄을 취소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거대한 방송권력의 횡포다. 박성제 사장에게 공개 질문한다. 오늘 중으로 출연 취소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김 의원의 방송 출연은 뉴스외전의 ‘윤석열 정부 6개월 평가’ 기획에 따라 약속된 것이다. MBC는 지난 10일 뉴스외전 포커스에 유시민 작가를 초청해 30분간 대담한 것에 대한 여권의 입장을 듣기 위해 김 의원을 출연시키기로 계획 돼 있었다. 당초 김기현 의원이 먼저 출연하는 것으로 기획되었으나 일정이 맞지 않아 14일 출연으로 미뤄졌었다.

출연 취소 이유로 주목받고 있는 SBS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기현 의원은 "조작방송 MBC 해체"를 주장했고, "MBC가 편향성을 드러내지 말라고 얘기했는데 전혀 개선되지 않고 ‘김건의 여사에 대한 서울의 소리 녹취록 보도’ ‘한미 관계 악화시키는 조작 방송’ 등을 강행해 왔다"고 발언했다. 김기현 의원은 해결책으로 박성제 사장을 비롯한 보도국 간부 전부 교체를 제시하기도 했다.

노조에 따르면 MBC 뉴스외전의 출연진 명단은 사장을 포함한 사내 핵심 간부들에게 보고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회사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회 과방위원이 출연할 때는 회사 간부가 기다렸다가 인사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에 따라 MBC의 누가 금요일 저녁에 월요일 출연예정자를 취소시키는 대담한 결정을 내린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미디어법에 따르면 공영방송은 공공재인 방송 전파를 여야 정치인에게 동등한 주제, 동등한 시간으로 할애하여 동등한 출연권을 보장하여야 한다는 이른바 ‘공정성 독트린’을 오랫동안 준수해왔다. 이러한 규제가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방송사가 대담 방송에서 여야 정치인에게 균등한 시간과 발언권을 부여하는 것은 공정성 확보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기준에 해당한다.

더군다나 MBC 뉴스외전의 권순표 앵커 스스로도 지난 10일 유시민 출연 당시 "다음 주에는 여당 내에서 대통령과 가깝다는 분을 모시고 똑같은 평가를 받아보려고 그런 균형의 추를 맞춰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MBC가 부랴부랴 섭외한 출연자는 전원책 변호사로 알려지고 있으나 그가 ‘여당 내에서 대통령과 가까운 분’이라는 조건에 부합하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남는다.

노조는 "여당 정치인의 발언이 MBC에 비판적이었다는 이유로 출연을 배제시키고 그 발언권을 봉쇄하는 것은 여당을 지지하는 절반 가량의 국민의 알권리와 담론 참여의 기회를 봉쇄하는 것"이라며 "방송에서 무슨 말을 하고 비판을 하든 이는 여당의 발언 시간 내에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고 이를 통제할 권리가 방송국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입막음과 여론통제를 공영방송에서 자행한다면 이는 절대로 묵과할 수 없다"며 "박성제가 이끄는 MBC가 편파방송의 도를 넘어선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박성제 사장과 보도국 수뇌부는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모두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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