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전서 '글로리 투 홍콩' 틀어...홍콩 "한국총영사에 항의"
대한력비協·아시아연맹 "담당자 단순 실수, 진심으로 사과"

13일 인천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세븐스시리즈 2차 대회 남자부 결승전 직전 중국국가(國歌) 순서에 홍콩 반정부시위대를 상징하는 노래 ‘글로리 투 홍콩’이 재생됐다. 홍콩선수들 표정에 놀라움 의아함이 교차한다. /트위터 캡처

한국에서 열린 국제럭비대회 국가(國歌)연주 순서에 ‘글로리 투 홍콩’이 연주돼 세계를 놀라게 했다. 2019년 홍콩 반정부시위대를 상징하는 이 곡의 가사엔 민주주의와 자유, 광복홍콩·시대혁명 등의 구호가 담겨 있다. 중국공산당에게 이들 구호는 사실상 홍콩독립 요구이며 ‘하나의 중국’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받아들여진다. 홍콩정부로부터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에 공식 항의가 있었고, 홍콩경찰은 관련법(國歌法) 위반 여부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14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CNN 등에 따르면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이 이날밤 한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에릭 찬 정무부총리가 한국총영사를 만나 강하게 항의했으며, 해당 사건의 책임 소재를 밝혀 달라 요구했다"고 전했다. 리 장관은 "아시아럭비연맹이 이미 사과를 했지만, 홍콩정부 차원에서 사건 조사를 요구할 서한을 쓸 것"이라며 거듭 입장을 밝혔다. "모두가 지켜보는 결승전 경기장에서 ‘의용군 행진곡’(중국 국가) 대신 ‘글로리 투 홍콩’이 흘러나오다니, 용납할 수 없다." 아울러 "홍콩럭비연맹에도 해당 사안을 심각하게 다뤄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글로리 투 홍콩’엔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고 2019년 시위 때 ‘검은 폭력’ ‘독립 세력’과 연계돼 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홍콩 밖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어떻게 조사가 가능하냐 묻자 리 장관은 "홍콩 경찰이 법에 따라 움직일 것", "조사 기간 어떤 증거가 채집될지 지켜보겠다"고만 답했다. 주홍콩 한국총영사관은 "백용천 총영사가 어제 오후 홍콩 측 요청으로 에릭 찬 정무부총리를 면담했으며, 이번 사안과 관련한 사실관계 파악을 요청받았다"고 전했다.

이 사태의 출발은 13일 한국 인천 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2 아시아 럭비 세븐스시리즈’ 2차 대회 남자부 한국-홍콩 결승전 직전에 일어났다. 국가연주 순서에 ‘글로리 투 홍콩’이 울려 퍼졌고, 실수를 인지한 조직위원회가 즉시 ‘의용군 행진곡’을 틀었다. 이후 대한럭비협회는 해명에 나섰다. "담당자 착오로 인한 단순 실수였으며 아무 의도도 없음을 명확히 밝힌다." 아시아럭비연맹 또한 성명을 통해 "아시아럭비와 한국럭비연맹이 홍콩럭비연맹·홍콩·중국정부에 진심으로 사과한다", "현지 조직위 직원의 단순한 실수에서 빚어진 일"이라며 거듭 유감을 표했다.

그러나 파문이 오히려 더하는 분위기다. 친중 진영 홍콩정치인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 실수가 아닌, 실수를 위장한 고의적 모욕 아니냐 의심한다. 음모가 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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