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대해 추가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김포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
미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대해 추가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김포공항에 계류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연합

미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연기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영국도 노선 독과점 문제가 완전하게 해결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심사 연기 결정을 내리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간 인수합병(M&A)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해외 14개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호주, 튀르키예, 대만 등 9개국에서 심사가 마무리된 상황이다. 현재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영국 등의 결정만 남겨놓고 있다.

16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를 시간을 두고 추가 검토하기로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미주 노선을 많이 가지고 있는 만큼 독과점 여부를 신중히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이후 시장 경쟁성이 제한되는지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미주 노선은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대한항공 매출의 30%를 차지한 주력 노선이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심사 연기 결정은 합병을 무산시키겠다는 의도가 아닌, 자국 항공업계를 위한 자구책 마련을 위해 일종의 시간 끌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은 자국의 항공업체 유나이티드항공 측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두고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문제를 제기하자 지난 3월 결합심사 수준을 ‘간편’에서 ‘심화’로 격상시킨 바 있다.

영국 역시 지난 15일 서울과 런던을 운항하는 유일한 항공사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뿐이고, 두 항공사가 하나로 합쳐진다면 여객뿐 아니라 화물운송 시장에서 독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심사 연기 판정을 내렸다. 아울러 이달 21일까지 시정조치 방안을 마련해 제출할 것을 대한항공에 요구했다. 대한항공이 기간 내에 시정조치 방안을 제출하면 영국은 28일까지 재심사나 승인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동안 미국과 영국은 연내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대한항공은 미국과 영국의 승인이 떨어지면 현재 기업결합 심사 중인 EU와 중국 등 다른 국가들의 승인도 수월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양국이 심사 연기를 결정하면서 연내 합병 절차를 마무리한다는 대한항공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항공업계에서는 미국이 항공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하지만 합병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자국 항공업계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유나이티드항공과 델타항공 등 경쟁사들이 우려하는 일부 노선을 반납하면 독과점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면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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