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한영수 사진작품전 '연분홍 치미가 봄바람에' 내년 1월18일까지

한영수, 서울 1956-1963. /백아트 서울 제공

사진작가 한영수(1933-1999)의 작품전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When the Spring Wind Blows)가 열리고 있다(내년 1월18일까지 한영수문화재단·백아트). 1956∼1963년 여성들의 ‘세련미’에 주목한 대표작 30여 점으로 구성됐다. 전쟁의 상흔이 가시지 않던 시기였으나, 사진 속 모습들은 궁핍함 고단함의 이미지와 거리가 있다. 양장에 양산을 든 여성, 다방에서 책읽는 여성, 수영복 입고 뱃놀이하는 여성, 앵클부츠를 착용한 여성 등. 한영수의 카메라 앵글 속 여성들의 몸짓과 표정은 당당하고 세련됐다.

사진 속 ‘모던’한 분위기는 옷차림 때문만이 아니다. 시장통이거나 일상복 차림의 여성들을 포착한 사진에서도 찌든 느낌이 별로 없다. 한영수는 1966년 광고 사진스튜디오 ‘한영수 사진연구소’를 설립, 한국 광고 사진 1세대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서울 거리의 이름 모를 여성들 모습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기록한 게 이번 전시작들이다.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직업의 보통 여성들 일상을 마치 광고의 한 장면처럼 흑백사진으로 생생하게 포착해 냈다.

이번 전시작 중 일부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LA카운티미술관(LACMA)의 ‘한국근대미술전’에서도 전시되고 있다(내년 2월 19일까지). 한영수문화재단은 ‘서울, 모던타임즈’(2014) ‘꿈결 같은 시절’(2015) ‘시간 속의 강’(2017) 등 4권의 사진집을 펴냈다. 한 작가의 딸 한선정 한영수문화재단 대표가 부친 작고 이후 자료조사 및 기획을 거쳐 사진집을 내 왔다. 앞으로 3권 더 낼 계획이다.

서울 정동 덕수궁, 1956-1963. /백아트 서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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