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유엔공원에 안장된 모로코 참전용사의 위패. 주모로코 한국대사관 제공. /연합
부산 유엔공원에 안장된 모로코 참전용사의 위패. 주모로코 한국대사관 제공. /연합

한국전쟁에 북아프리카 모로코 군인들이 다수 참전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다. 주모로코 한국대사관(대사 정기용)은 모로코 출신 6·25 참전용사 8명의 신원을 공식 확인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또한 참전했을 가능성이 있는 16명의 명단을 추가로 확보해 확인 중이다. 확인된 8명 중 유대계 지안 줄리앙과 이슬람계 모하메드 라스리 등 2명은 1953년 전사, 부산 소재 재한유엔기념공원에 안장돼 있다. 나머지 6명의 참전용사 정보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대사관이 이들의 생사를 확인하고 있다. 참전용사 가족이나 유족이 있는지도 아직 알 수 없다.

모로코가 1912년부터 1956년까지 프랑스의 보호령이었기에, 한국전쟁 당시 모로코인 용사들이 프랑스군에 배속돼 프랑스군복을 입고 전쟁에 투입됐다. 따라서 참전용사들의 존재가 확인됐다 해도 모로코를 한국전쟁 유엔 공식참전국 목록에 추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주모로코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1939년 2차 대전 발발 직후, 모하메드 5세 전 모로코 국왕이 당시 술탄(Sultan) 자격으로 프랑스와 동맹국을 위해 자국민의 참전을 명하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이후 약 9만 명의 모로코인이 동맹군으로 세계대전에 참전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가 한국전쟁에도 투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모로코 참전용사 확인 작업은 2012년에 시작됐지만 1년만에 중단됐다. 모로코 측에서 관련자료 확인에 난색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정기용 대사가 엘렌 르 갈 당시 주모로코 프랑스대사에게서 한국전 참전 모로코인 자료가 프랑스에 존재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재개됐다. 모로코 참전용사들의 의미를 정 대사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모로코 군인들의 참전은 식민지배에 의한 강제동원이 아니라 모로코 국왕의 명에 따른 동맹국의 자유수호를 위한 희생이었다. 이 사실을 프랑스정부와 모로코정부 모두 인정하고 있다."

아프리카 모로코에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한 정기용 대사.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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