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 ‘아르테미스 1호’의 성공적 발사로 심우주를 향한 인류의 유인탐사 레이스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 필요충분조건인 우주식품 분야에서 합성유전학의 도움을 받은 ‘효모’가 중추적 역할으 수행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NASA 딥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
미 항공우주국(NASA) ‘아르테미스 1호’의 성공적 발사로 심우주를 향한 인류의 유인탐사 레이스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그 필요충분조건인 우주식품 분야에서 합성유전학의 도움을 받은 ‘효모’가 중추적 역할으 수행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NASA 딥 스페이스 푸드 챌린지

지난 16일 미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1호’가 성공리에 발사되며 1972년 아폴로 17호를 끝으로 중단됐던 유인 우주탐사의 제2막이 올랐다. NASA는 2024년 유인 달궤도 비행, 2025년 유인 달착륙을 거쳐 2030년께 화성 등 심우주 유인탐사를 지원할 전초기지로써 달궤도 우주정거장과 달기지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미래에 화성으로 날아갈 우주인들은 효모(이스트)를 주식으로 삼게 될지도 모른다. 효모가 과일부터 육류에 이르는 다양한 식품의 맛과 식감을 거의 완벽하게 재연할 수 있고 영양학적으로도 우수한 궁극의 우주식품 후보물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저명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는 각국 우주기구의 이목을 끄는 논문이 하나 게재됐다. 주문형 온디멘드(on-demand) 우주식품으로서 효모의 가치를 분석한 호주 맥쿼리대학 브리아르도 요렌테 박사팀의 연구가 그것이다.

주문형 우주식품은 우주 대항해시대를 열기 위한 필수과제다. 최소 수년이 걸리는 심우주 탐사 동안 먹을 식량을 모두 싣고 출발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탓이다. 실제 NASA는 6명이 투입되는 왕복 3년의 화성탐사에 최대 15톤의 먹거리가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이를 충족시킬 사실상 유일한 해법은 우주선 내에서의 자체 조달이다. 식물재배가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주요 연구주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수십년의 노력에도 지금껏 수확에 성공한 것은 식량으로 보기 힘든 상추·무·고추·배추 등 채소류뿐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난제의 돌파구로 ‘출아형 효모(S. cerevisiae)’에 주목했다. 주문형 우주식품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갖췄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이 효모는 수천년간 제빵·양조용 이스트로 쓰이면서 안전성이 입증됐다. 건조세포 1g당 최대 영양분도 단백질 40.4%, 탄수화물 34.6%, 지질 1.5%, 열량 13kJ로 풍부하며 음식에서 충당해야만 하는 대다수 필수 아미노산까지 함유하고 있다.

빠른 성장 역시 메리트다. 단 90분만에 세포가 2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3000ℓ짜리 생물반응기 하나면 매일 50~100명분의 식량을 얻을 수 있다. 재배에 필요한 자원은 물과 탄소·질소·당인데 탄소·질소는 우주인의 날숨과 소변에서 분리하고 당은 남세균 등 광합성을 통해 포도당을 만드는 소량의 미생물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그중에서도 최대 강점은 유연성에 있다. 효모는 유전학적 가단성(可鍛性)이 좋아 합성생물학과 유전자 재조합 기술로 풍미를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렌테 박사는 "식품·화장품·제약산업에서 효모들이 두루 활용되면서 맛과 향기를 엔지니어링하는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다"며 "이미 딸기·바닐라향 유기화합물을 생성하는 출아형 효모, 육류의 풍미를 내는 P. 파스토리스(P. pastoris) 효모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풍미에는 식감과 색상도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연구팀은 셀룰로스·콜라겐·젤라틴 등 식감과 유관한 성분의 분자를 생성하는 유전자 재조합 원천기술이 확보돼 있어 앞으로 출아형 효모가 다채로운 식감을 갖도록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유전자를 조작해 색 변경도 가능하다. 일례로 색소균의 일종인 카로티노이드의 유전자를 이용하면 출아형 효모를 전형적 베이지색에서 노란색~빨간색 범위의 색으로 바꿀 수 있다.

출아형 효모의 가치를 극대화할 화룡점정은 ‘식품 3D 프린터’다. 이를 생물반응기와 연결하면 주문 즉시 원하는 모양의 음식을 내놓을 수 있다. 이미 ISS의 미세중력에서 작동하는 제품이 개발돼 있어 효모 원료와의 최적화는 시간문제라는 평가다.

이렇듯 출아형 효모와 합성생물학, 3D 프린터가 원팀을 이룰 경우 효모는 우주식품계의 도깨비방망이가 될 수 있다. 맛과 식감, 색이 실제와 버금가는 과일·스테이크·라면은 물론 각 층마다 풍미와 색이 다른 햄버거나 초밥도 뚝딱 인쇄해낼 수 있다. 반복되는 동결건조 식품과 통조림에 입맛을 잃거나 굶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맥쿼리대학의 합성생물학자 토마스 윌리엄스 박사는 "인류의 우주 모험을 지속하기 위한 최선의 접근법은 현장에서 식량을 직접 생산하는 것"이라며 "아직은 넘어야할 기술적 장벽이 많지만 실용화에 성공한다면 우주에서의 쓰임새에 더해 지구의 식량위기 해소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승무원들이 보급선을 통해 배달된 신선한 과일을 보며 웃고 있는 모습. 지금껏 개발된 우주식품은 200여종에 달하지만 냉동건조 식품이 70~75%를 차지해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우주에서 직접 식물을 재배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NASA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승무원들이 보급선을 통해 배달된 신선한 과일을 보며 웃고 있는 모습. 지금껏 개발된 우주식품은 200여종에 달하지만 냉동건조 식품이 70~75%를 차지해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우주에서 직접 식물을 재배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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