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희정
심희정

전 국민의 집에 하나씩은 꼭 있다는 바세린 젤리. 1년 전 한창 바세린 젤리 열풍이 불었다. ‘연예인들의 피부 꿀팁이네’ ‘주름을 없애네’ ‘목주름에 최고’네 하면서 말이다. 5년 간 바세린만 발랐다는 젊은 남성도 나타났고, 홈케어로 바세린 팩을 한다는 유튜버도 등장했다.

최근 날씨가 쌀쌀해지고 대기가 건조해지자 다시 바세린 요법이 회자되고 있다.

바세린 젤리는 1800년대 미국의 석유사업이 태동하던 시절, 노동자들이 장비에 들러붙어 있는 석유찌꺼기인 로드왁스를 모아서 상처나 화상을 입었을 때 바르는 데서 시작됐다. 바세린 젤리는 석유에서 추출한 ‘페트롤라툼’이라는 성분을 갖고 만든 상품이다. 페트롤라툼이 정제되는 과정에서 자동차의 매연, 담배연기, 탄 음식에 함유된 발암물질 불순물이 혼합될 가능성이 있어 안전성 면에서 자유롭지 않다.

바세린 열풍을 타고 건조한 피부에 대한 극약 처방으로 끈적끈적한 바세린 젤리를 얼굴에 바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바세린 젤리는 과연 피부에 좋을까.

바세린 젤리는 피부 속에 침투하진 못하고 강제 보습막을 씌워 피부의 숨통을 틀어막는다. 당장 건조가 사라지고 촉촉하고 쫀쫀해진 느낌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속은 여전히 비어서 건조하다. 피부장벽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민감성, 여드름 피부는 백발백중 뒤집어진다. 며칠 사용했다가 좁쌀여드름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피부가 얇은 눈가에 잘못 발랐다가는 순식간에 비립종이 번진다.

바세린 젤리가 피부 보습제가 아니라 피부 밀폐제라는 점을 꼭 기억하자. 따라서 얼굴이나 입술이 아닌 팔꿈치, 뒤꿈치 등에 발라야 한다. 극건성의 피부라면 차라리 하루 2리터 이상의 물을 섭취하고, 피부나 건강에 도움이 되는 콜라겐·엘라스틴·비타민 B·비타민C·세라마이드 등의 영양제를 섭취하는 게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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