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가계의 명목소득은 늘었지만 실질소득은 고물가의 영향으로 5개 분기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
지난 3분기 가계의 명목소득은 늘었지만 실질소득은 고물가의 영향으로 5개 분기 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

고물가가 가계의 호주머니를 얇게 만들고 있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이 지난해 2분기 이후 다섯 분기 만에 감소한 것이다.

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3·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6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3.0% 늘었다. 지난해 3분기부터 5개 분기 연속 증가세를 유지한 것이다.

하지만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실질소득은 2.8% 줄어 지난해 2분기의 -3.1% 이후 5개 분기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물가를 고려했을 때 가계의 실질적인 형편은 1년 전보다 나빠진 것이다. 3분기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5.9% 올랐다. 분기 기준 상승률로는 1998년 4분기의 6.0% 이후 가장 높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근로소득이 명목 기준 311만4000원으로 5.4% 늘어 명목소득 증가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실질 기준으로 보면 근로소득은 0.4% 줄어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일시적인 수입인 비경상소득은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에 장례식 등의 경조사 참여가 늘면서 28.4% 증가했다. 반면 이전소득은 18.8% 줄었다. 지난해 지급됐던 코로나19 상생 국민지원금 등의 정책 효과가 소멸하면서 공적이전소득이 26.1% 감소한 탓이다.

가구당 월평균 소비지출은 270만2000원으로 1년 전보다 6.2% 증가했다. 하지만 실질 기준으로는 0.3% 늘어 3개 분기 연속 0%대 증가율에 머물렀다. 소비지출 증가의 대부분이 물가의 영향이고, 실질적인 씀씀이는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이다.

가구당 월평균 비소비지출은 101만8000원으로 1년 전보다 6.6% 증가했다. 특히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이자비용이 19.9% 늘었다. 증가율로는 3분기 기준으로 2018년의 28.7% 이후 가장 높다.

3분기 전체 소득에서 세금이나 이자 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은 가구당 월평균 385만원으로 1년 전보다 2.0% 증가하는데 그쳤다. 처분가능소득 증가폭은 직전 분기의 14.2%는 물론 지난해 동기의 7.2%와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처분가능소득에서 각종 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가계 흑자액은 114만8000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6.6% 감소했다. 가계 흑자액이 감소한 것은 2021년 2분기의 -13.7% 이후 5개 분기 만이다. 처분가능소득이 늘어도 소비지출이 그보다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가계 살림살이는 더 팍팍해진 것이다. 가계 흑자율 역시 29.8%로 지난해 동기 대비 2.8%포인트 하락하면서 2021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30%를 밑돌았다.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지출에 쓴 돈의 비중, 즉 평균소비성향은 70.2%로 2.8%포인트 올라갔다.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더 많은 적자가구도 전체 가구의 25.3%에 달했다. 4가구 중 1가구는 소득에서 세금과 공과금, 생활비 지출을 빼면 가계부가 마이너스였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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