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연합

70년대와 80년대 한국 경제부흥의 한 축을 맡았던 ‘중동 붐’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윤석열 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17일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 회담과 오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은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담에서 우리 기업의 사우디 진출에 사우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당부했다.

윤석열 정부는 사우디아라비아를 기점으로 ‘제2 중동 붐’을 일으켜 경제회복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목표다.

중동 지역 국가들은 2000년대 들어 석유 위주의 산업구조에서 탈피해 관광 및 물류산업의 확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명박(MB)정부 시절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지역에 한국형 원전 4기를 수주하고 삼성물산은 두바이의 초고층 건축물인 ‘부르즈 할리파’ 건설을 수주하는 등 정부는 중동지역 사업 진출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제2 중동 붐’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동 지역의 사업은 큰 변곡점을 맞았다. 2019년 한수원은 바라카지역 한국현 원전에 대한 장기정비계약(LTMA)을 단독 수주하는 데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탈(脫)원전’을 선언한 뒤 국내 원전 부품 생태계가 급속히 붕괴하고 있는 데 따른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계약이 LTMA 대신 장기정비서비스계약(LTMSA)으로 대체됐다. 10~15년으로 예상됐던 계약기간도 5년으로 단축됐다. 이에 따라 2조~3조원으로 전망됐던 계약액도 대폭 줄어들게 됐다. 우리 기술로 UAE에 한국형 원전을 지을 때만 해도 UAE와 ‘원전 동반자’ 관계였지만 국내에서 탈원전을 추진하며 일개 용역업체로 격하된 셈이다.

하지만 이번 빈 살만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한국 주요 기업과 사우디 정부가 다양한 프로젝트에 대한 계약·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다시 중동지역에서 우리 기업의 활동 폭이 넓어지게 됐다.

특히 사우디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 추진하는 네옴 시티 사업은 홍해와 인접한 사막과 산악지대에 서울의 44배 넓이(2만6500㎢)로 건설하는 저탄소 스마트 도시 프로젝트로 총 사업비가 총사업비 5000억달러(약 672조원) 규모다.

우리 건설사들의 시공능력은 리비아 대수로 공사, UAE 원전 및 인공섬 공사 등으로 중동지역에서 이미 검증돼있다. 또 한국의 정보통신 기술 역시 세계 수위를 다투고 있어 네옴 시티의 기초 인프라 조성에 있어서도 많은 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빈 살만 왕세자가 사업 발주만을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것은 아니다. 사우디가 이름난 석유 부국이긴 하지만 네옴 시티같은 초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사우디 국가적으로도 큰 부담이 된다. 현재 책정해놓은 사업비 5000억 달러는 서울의 44배 규모에 달하는 네옴 시티 프로젝트를 완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따라서 사우디는 부족한 예산을 적극적 투자 유치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또 빈 살만 왕세자가 쿠데타를 통해 집권해 정치적 명분이 취약한만큼 네옴 시티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해 사우디 내에서의 인기를 올려보겠다는 의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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