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환담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방한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회담을 마친 뒤 환담하고 있다. /연합

지난 주 한국을 방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환대에 ‘사우디 답방’을 요청했다.

20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17일 윤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치면서 윤 대통령의 사우디 답방을 정식 초청했다. 윤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화답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윤 대통령의 한남동 관저 입주 후 공식·비공식적으로 처음 초청된 손님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관저가 지은지 54년이 됐다. 그래서 리모델링(새단장)을 했으나 지금 외빈을 모시기에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나름대로 국가 정상의 개인적인 공간을 보여주는 것이 별도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백악관 내 ‘사적공간’인 트리티룸에 깜짝 초청했다. 이에 청와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격 예우를 보였다’고 평가한 바 있다.

대통령의 사적 공간에 외빈을 초청하는 것은 외교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개인 재산만 2조 달러(2700조원)인 빈 살만 왕세자가, "외빈을 모시기에 좀 부족한"(윤 대통령) 한남동 관저 초청에 연신 사의를 표한 것도 이런 의미를 충분히 이해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회담에 배석했던 한 관계자는 빈 살만 왕세자가 특히 관저 거실과 정원에서 윤 대통령과 단독 환담을 하면서 얼굴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윤 대통령 부부가 쓰는 거실에서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눴고 실무진 사이 회담이 진행되는 중에는 정원을 함께 거닐었다. 통역만 대동한 채 단둘이 보낸 시간은 40분에 달한다.

윤 대통령 부부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빈 살만 왕세자를 위해 부부가 키우는 반려묘 공간을 소개했고 빈 살만 왕세자가 BTS 팬으로 알려진 만큼 BTS 한정판 앨범을 구비해두는 등 각별한 정성을 쏟았다.

일반적으로 외교 현장에서 다소 ‘고압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사우디 사절단 다른 인사들도 한남동 관저에 도착하면서부터 연신 초청에 사의를 표한 것으로 전해진다. 오찬을 마치고 관저를 나서면서는 우리측 대표단에 ‘대통령의 사적 공간에 초대받게 돼 영광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빈 살만 왕세자가 사우디 방문을 요청한 것은 이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차원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윤 대통령 역시 답방 요청에 응하지 않을 만한 이유는 없다. 특히 한국 기업들은 빈 살만 왕세자의 이번 방한을 계기로 사우디 정부, 기업, 기관 등과 26개 프로젝트 관련 계약 또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총 사업규모가 300억 달러(약 40조 원)에 달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계약의 차질없는 이행을 위해서라도 사우디에 방문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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