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 하이주(海珠)구에서 손발이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주민 여성.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방역요원들과 충돌한 결과다. /홍콩01 캡처

중국 방역당국의 난폭한 처사가 눈길을 끌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성 두 명의 손발을 묶어 시민들 앞에 무릎을 꿇린 것이다. 홍콩01 등 중화권 매체에 따르면, 18일 오전 광둥성 광저우시 하이주(海珠)구에서 여성 2명이 남성 방역요원 5~6명과 충돌했다. 웨이보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여성 한 명은 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 남성 두 명에게 제압당한다. 다른 남성 한 명이 케이블 타이를 가져와 이 여성의 손과 발을 묶었다. 다른 여성 한 명은 뒤에서 잡고 있는 남성의 발을 밟거나 차면서 저항했지만, 남성 세 명에 의해 쓰러졌다. 남성들이 이 여성도 수족을 케이블 타이로 묶고 꿇어 앉힌다.

영상은 지나가던 시민이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면서 확산됐다. 방역요원들에게 제압당한 두 여성은 헤이룽장성 출신 20대 초반의 왕모씨와 이모씨로 알려졌다. 웨이보엔 해당 여성들 것으로 추정되는 글이 올라왔다. 사건 당일 배달을 받으러 나갔다가 한 명이 마스크를 분실해 방역문제로 관계자들과 충돌했다는 주장이다.

하이주구 공안 당국이 웨이보로 공식 해명했다. "여성 중 한 명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더구나 두 명 모두 지난달 30일부터 핵산검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서 방역통제구역 출입을 강행하려 했다", "현장에 있던 방역요원들이 여러 차례 설득했으나 협조를 거부한 채 욕설과 모욕으로 답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여성들을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를 벌였다."

앞서 하이주구에선 14일 수백 명이 거리로 나와 강력봉쇄 조치에 항의했다. 비슷한 시위가 이미 여러 번 있었으나 그런 규모는 처음이었다. 주민들이 "검사 그만!"을 외치며 경찰에 바리케이드 잔해를 집어 던졌고, 코로나19 검사시설 천막도 흥분한 시위대에 부서졌다. 공안은 고압 물대포를 동원해 시민들을 강제 제압했지만, 주민 수십 명이 공안 차량에 달라붙어 차를 뒤집기도 했다. 시위 발생 지역은 주로 농민공(현지 주민등록이 없는 농촌출신 도시노동자) 거주지인 하이주구의 다탕·캉러춘·톈허취 등이었다.

광저우에서 최근 감염자가 폭증해 하이주구는 지난달 말부터 봉쇄된 상태다. 블룸버그통신 보도에 따르면, 15일 오전 중국 SNS인 웨이보와 위챗에 ‘광저우 하이주구 폭동’ ‘하이주구 폭동’ 등의 검색어가 남아 있긴 하나, 관련 영상이 대부분 사라졌다. "제로코로나 정책 아래 3년 가까이 엄격한 사회적 통제가 가해졌다. 주민들의 인내는 한계에 달했으며 분노도 커져 간다"고 블룸버드통신이 지적했다. 중국의 스마트폰 보급률 66%, 그 중 5G폰 인구가 4억 명으로 집계된다. 철저히 통제된 관영 보도 이외의 소식이 이렇게 전해질 수 있는 이유다. 당국의 통제에 균열을 낼 여지 또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손발이 묶인 채 바닥에 앉아 있는 또다른 중국 여성의 모습. /홍콩01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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