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근
이춘근

김정은의 도발이 거의 두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11월 18일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딸과 아내 리설주를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장에 데리고 나온 사진들을 연이어 공개했다. 이 신문은 "핵 무력 강화에서 중대한 이정표로 되는 역사적인 중요 전략무기 시험 발사장에 사랑하는 자제분과 여사와 함께 몸소 나왔다"는 기사와 더불어 사진을 여러 장 공개했다. 김정은이 딸과 함께 탄도미사일 발사 차량 옆에서 있는 사진, 미사일을 발사 각도로 세운 후 미사일 발사 차량을 뒤로 하고 걸어 나오는 사진, 그리고 김정은이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 앞에서 북한 군인들이 성공적인 발사를 축하한다며 양팔을 쳐들고 있는 사진들이 공개됐다.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북한이 제공한 사진을 열심히 쳐다보며 공부를 한다. 그 이유는 북한은 모든 것이 불투명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언론이 정부에 의해 완벽하게 장악된 나라를 분석하는 일은 마치 속이 캄캄한 암상자를 들여다 보는 일과 같다. 그래서 북한·중국·구소련 같은 공산주의 전체주의 체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그 나라들의 관제 언론이 공개하는 사진들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버릇이 생겼다. 주석단에 올라서서 군대의 사열을 받는 고위 관리들의 배열 사진을 보고, 그 나라 정치 체제의 변동 여부를 분석하는 근거로 삼곤 했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들을 ‘북한 연구자’(North Korea Researcher)라고 부르기보다는 ‘북한 관찰자’(North Korean Watcher)라고 부른다. 북한이 제공해주는 문서 자료들보다는 사진들이 차라리 북한의 진짜 모습을 보는데 더 유용한다는 의미도 있다. 물론 사진이 조작된 경우가 너무 많아 그것도 믿을 만한 것은 못 된다. 최근 북한이 비행기 150대 출격이라며 발표했던 사진들은 독일의 영상 전문가에 의해 완전한 조작임이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개된 해괴망측한 사진들을 살펴보며 북한 정권의 비겁함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미사일 발사훈련장은 실전과 같이 위험한 곳이다. 미사일이 폭발할 수도 있고, 추락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미국이 선제공격을 가할 수도 있는 극히 위험한 곳이다. 미국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기 위해 90도 각도로 올려세우는 순간, 그 미사일을 선제 타격해서 파괴해 버린다는 것을 하나의 전략 옵션으로 가지고 있다. 그렇게 위험한 곳에 총사령관이 가족을 데리고 간다는 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비겁하다. 여자와 어린이들을 안전한 곳에 피신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겁하며, 여자와 어린이를 동원해서 미국의 선제 타격을 피해 보려는 꼼수라서 비겁하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