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는 처분가능소득의 절반을 식비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
지난 3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는 처분가능소득의 절반을 식비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

소득 하위 20%가 고물가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 3분기 가처분소득의 절반을 식비에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으로 우유 원유값 인상에 따른 ‘밀크플레이션’은 물론 전기요금 등의 공공요금 인상도 예상돼 필수 생계비 지출 비중이 높은 서민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가 식비로 쓴 금액은 월평균 42만9000원이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액이 27만9000원, 외식 등 식사비가 14만9000원이다.

가처분소득 90만2000원 대비 식비 비중은 47.5%였다. 소득에서 세금·보험료·이자 등 비소비지출을 빼고 남은 금액 가운데 절반 가까이를 식비로 지출한 셈이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가처분소득 대비 식비 비중은 15.9%, 4분위는 20.8% 등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식비의 비중이 컸다. 최근 먹거리 물가의 상승세가 서민층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1분위의 식비는 지난해 동기의 41만3000원과 비교해 보면 3.7% 늘었다. 하지만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실질 기준으로는 4.1% 감소했다.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지출 금액은 증가했지만 실제 가계의 먹거리 소비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당분간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민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우유 원유값 인상이 결정돼 유제품과 이를 재료로 하는 빵·아이스크림도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먹거리 외에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전망된다는 점도 필수 생계비 비중이 높은 서민에게 부담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소득 하위 20%의 올해 3분기 실질소득은 103만9600원으로 1년 전 같은 시점보다 6.5% 감소했다. 소득 하위 20%의 소득이 명목기준으로 보면 113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물가까지 고려할 경우 소득 감소율이 6.5%로 커지는 것이다.

가처분소득보다 소비지출이 큰 적자가구는 하위 20% 가구의 57.7%까지 올라갔다. 10가구 중 6가구가 매월 적자를 쌓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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