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전통 문화유산을 생생한 디지털 실감 영상으로 만날 수 있는 전시공간이 방콕의 태국국립박물관에 마련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국립중앙박물관이 태국 문화부와 협업해 방콕의 국립박물관에 실감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한국실을 새로 개관했다(내년 5월21일까지). 전시명은 ‘A New Ecounter Immersive Gallery of Korean Art’(새로운 만남, 한국미술 실감캘러리), 한국의 전통 문화유산을 생생한 디지털 실감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1994년 설립된 방콕국립박물관은 태국의 대표적인 역사 문화시설이다. 3만8000여 점의 유물을 소장하며 왕궁과 거대한 불상으로 유명한 왓포사원(寺院)에 가깝다는 이점도 있어, 연간 관람객이 2020년 기준 약 36만 명에 이른다.

이번에 문을 연 한국실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제작한 ‘영혼의 여정’ ‘왕의 행차’ 등 디지털 실감 영상 두 편을 선보인다. ‘영혼의 여정’은 한국인이 생각하는 불교적 세계관과 사후 세계를 담았다. 인간을 심판하는 저승의 왕 10명을 그린 ‘시왕도’와 ‘아미타불화’ 등 전통 불교회화다. ‘왕의 행차’ 영상에선 조선의 22대 왕 정조(재위 1776∼1800)의 화성 행차 기록 및 자료를 토대로 성대하고 화려한 왕실 의례를 보여준다. 뛰어난 구성과 화질의 대형 화면이 전시공간을 가득 채워, 마치 현장에 있는 듯 생생한 느낌을 안겨준다.

오랜 불교 전통의 상징인 양국의 조각품 실물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이른바 ‘대승불교’로 불리는 북방불교, 그리고 교리나 수행방식 면에서 대비되는 남방불교의 차이가 미술품에 어떻게 드러났는지 살필 기회도 될 것이다. 불교가 전해진 거의 모든 지역에서 중요한 신앙의 대상으로 여겨져 온 관음보살 두 점이 관람객을 맞는다. 한국의 관음보살상(9세기경)은 화강암 특유의 거친 질감이 돋보이는 반면, 사암으로 조각된 태국의 불상(7세기 경)은 표면이 부드럽고 매끈하다.

"서로 다른 시대, 전혀 다른 사람들이 만들었지만, 구원을 희구했던 이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하나의 이야기를 전한다." 박물관 측은 아시아의 북방·남방 이질적인 문화권이 불교를 접점으로 만날 수 있음을 이렇게 설명했다. 전시 종료 후에도 방콕국립박물관 아시아관 내 한국 코너를 상설하고 상호 교류전시를 추진하는 등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한국 문화재를 태국에서 선보이는 첫 전시"가 "앞으로 이어질 문화교류의 상징이자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관계자들이 기대를 표했다.

방콕에서 한국과 태국의 불교예술을 실물과 디지털기술로 함께 즐기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