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세리머니 펼치는 티머시 웨아. /AP=연합
골 세리머니 펼치는 티머시 웨아. /AP=연합

아프리카 축구 사상 최고의 공격수로 꼽히는 아버지도 오르지 못한 월드컵 무대에서 아들이 미국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렸다.

미국 공격수 티머시 웨아(릴)은 22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얀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1차전에 선발 출격해 전반 36분 선제골을 책임졌다.

2000년생으로 만 22세인 웨아는 생애 처음 출전한 월드컵 경기에서 데뷔골까지 터뜨리며 활짝 웃었다.

웨아는 물론 그의 아버지에게도 특별한 골이다.

웨아의 아버지는 아프리카 출신 최고의 축구 선수로 손꼽히는 라이베리아 대통령 조지 웨아(56)다.

웨아 대통령은 월드컵 무대를 밟지 못한 불운의 스타를 꼽을 때 첫손에 꼽히는 인물이다.

웨아 대통령은 현역 시절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 AC밀란(이탈리아) 등 유럽 명문팀에서 13시즌을 뛰며 공식전 478경기 193골을 넣은 특급 스트라이커였다.

축구계 가장 권위 있는 상인 발롱도르를 1995년에 수상했고, 같은 해 국제축구연맹(FIFA) 올해의 선수로도 선정됐다.

유럽이나 남미 출신이 아닌 선수가 발롱도르, FIFA 올해의 선수상을 한 해에 받은 것은 웨아 대통령이 지금까지 유일하다.

하지만 라이베리아가 워낙 작은 나라인 탓에 웨아 대통령은 월드컵 본선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그의 전성기에 라이베리아가 내전으로 얼룩진 탓도 컸다.

웨아 대통령은 사재를 털어 대표팀 운영비까지 책임져가며 선수 겸 감독으로 2002 한일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해 국민 영웅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웨아 대통령은 결국 월드컵 출전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2003년 은퇴했다.

그러나 아버지의 꿈을 아들이 이어갔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축구를 배운 티머시 웨아는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뛰어난 운동 능력을 타고난 덕분에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웨아 대통령이 프랑스 시민권을 가지고 있었고, 어머니가 자메이카 출신의 미국인이어서 티머시 웨아는 미국, 라이베리아, 자메이카, 프랑스 대표팀에서 뛸 수 있었다.

티머시 웨아는 프로 데뷔는 아버지의 ‘친정팀’인 PSG에서 했고, 지금도 프랑스 리그에서 뛰고 있으나 대표팀은 ‘어머니의 나라’인 미국을 선택했다.

빠른 스피드에 유연한 몸놀림, 슈팅 능력을 갖춘 티머시 웨아는 일찍 미국 대표팀의 주축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처음 오른 월드컵 무대에서 아버지의 한을 풀어줬다.

티머시 웨아는 이날 크리스천 풀리식이 내준 침투 패스를 논스톱 오른발 논스톱 땅볼 슈팅으로 마무리해 생애 첫 월드컵 득점을 올렸다.

웨일스 골키퍼가 빠르게 판단해 뛰쳐나갔으나 티머시 웨아의 스피드가 더 빨랐다.

웨아 대통령은 경기장에서 아들의 득점 장면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 카타르 도하에 온 웨아 대통령은 23일까지 머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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