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서 ‘2022 사학미션 컨퍼런스’ 개최

“‘자립형사립고’ 유지시켜 달라는 싸움 벌이는 것이 훨씬 더 지혜로워”
“신앙교육 원하는 기독교인들에게는 대안학교 설립이 가장 좋은 선택”

“우리나라 유일한 자원인 차세대 키워낼 때 하나님께서 복 주실 것”
“기독교학교들이 선제적으로 좋은 교육의 모델을 보여줄 수 있어야”

21일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2022 사학미션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21일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2022 사학미션 컨퍼런스’가 진행되고 있다. /유튜브 영상 캡처

“훗날 역사를 되돌아보면 2020년대는 한국 기독교학교에게 교육대전환의 시기로 기록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공교육에서조차 신앙교육을 그토록 열심히 할 수 있었던 나라인 서구 선진국가들인 미국, 프랑스, 독일, 영국에서 2차 세계대전과 68혁명을 거치면서 종교교육의 위기가 다가온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도 2020년대를 계기로 종교교육의 위기가 최고조에 이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독사학들이 연합한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이사장 이재훈 목사, 사학미션)이 지난 21일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교육대전환의 시기, 기독교학교의 길을 내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2022 사학미션 컨퍼런스’에서 주제강연을 한 김재춘 교수(전 교육부 차관, 영남대 교학부총장, 한국교육개발원장)는 이같이 강조했다.

사학미션 컨퍼런스는 초·중·고교 학교에서부터 대학교에 이르는 기독교학교 법인 이사장과 임원들이 함께 모여 기독사학의 위기 상황을 공동체적으로 분석·진단하고, 한국에서 기독교 사학이 존립할 수 있고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는 취지로 개최됐다.

김 교수는 이날 우리나라 기독교학교들이 직면한 4가지 문제로 ▲사립학교 교원채용에 대해 교육청의 개입을 규정한 사립학교법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움직임 ▲사립대학에서 채플 대체과목 개설을 권고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양성평등교육을, 성적 취향(sexuality)까지 포함하는 성평등교육으로 대체하려는 게 아닌가라는 우려가 제기된 국가 교육과정(안) 등을 적시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위기가 기회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이런 위기를 거치면서 기독교학교도 지금까지의 종교교육 방식을 되돌아보면서 변화된 환경에 맞는 기독교 종교교육을 실행하려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존재가능 유형으로 ‘평준화기독교학교’·‘자립형사립학교’·‘비인가대안학교’ 제시

김 교수는 이날 우리나라 교육 정책에 기독사학들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 구체적인 전략도 제안했다. 우선 ‘평준화 정책’에 대해 ”우리나라 기독교학교 관계자들에게 고교 평준화 정책은 사탄의 계략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기독교학교 관계자들이 평준화 정책을 문제 삼는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그러나 평준화 정책에 싸움을 거는 것이 합리적인 투쟁 전략인지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평준화 정책을 폐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종립학교가 종교계 사립학교으로 특수 미션을 지닌 학교이기 때문에 평준화 예외학교로 인정해 달라고 싸우거나 또는 자립형 사립고의 지위를 유지시켜 달라는 싸움을 벌이는 것이 훨씬 더 지혜로워 보인다”며 “이런 싸움은 우리 사회의 다수 구성원과 싸우는 싸움이 아니라 관료들의 정책 마인드와 싸우는 싸움이기 때문에 이길 승산이 많을 뿐만 아니라 비기독교인인 일반시민들의 지지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신앙교육을 하려는 종립학교의 바람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에서 존재가능한 기독교학교의 유형으로 ▲평준화된 기독교학교 ▲자립형 사립학교 ▲비인가 기독교대안학교 등을 제시했다.

우선 ‘평준화된 기독교학교’에 대해 김 교수는 “정부의 정책적 지침의 한계 내에서 종교교육을 수행하는 학교”라며 “정부로부터 학생(신입생 배정)과 재정을 안정적으로 지원 받으면서 정부가 제시한 테두리 내에서 종교교육을 수행하는 학교”라고 설명했다.

‘자립형 사립학교’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에 좀 더 확대된 종교교육의 자유를 누리는 기독교학교”라며 “교사채용이나 종교교육 운영에서 좀 더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그러나 비싼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을 충원해야 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장단점을 전했다. 

마지막 ‘비인가 기독교대안학교’에 대해서는 “더 적은 비용으로 더 큰 종교교육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학교”라며 “다만 비인가 기독교대안학교의 경우 학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검정고시를 치러야 한다. 그러나 검정고시 자격 취득 조건이 많이 완화되어서 검정고시를 특별히 준비하지 않더라도 대안학교 학생 대부분이 합격할 수 있다. 그리고 대안학교의 경우 자립형 사립고보다 종교교육 등 교육 전반에 있어서 정부 규제로부터 더 자유롭다는 장점을 지닌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결론으로 “그러나 현존하는 종립학교를 대안학교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무엇보다 먼저 학교 구성원들의 극렬한 반대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라며 “전통적인 종교교육 즉 신앙교육을 하기 원하는 기독교인들에게는 대안학교를 설립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급속도로 변하는 사회서 인재 뽑는 기준은 ‘논리적 사고력’‧‘리더십’‧‘성품’

이날 2부 순서로 진행된 강연회에선 먼저 사학미션 함승수 사무총장의 사회로 구글코리아 김경훈 대표와 이재훈 목사가 ‘기독교학교, 시대의 도전에 응전하라’라는 제목으로 대담한 영상이 상영됐다. 김경훈 대표는 급속도로 변하는 오늘날 사회에서 기업 등이 인재를 뽑는 기준으로 ▲논리적 사고력 ▲리더십 ▲성품을 꼽았다.

먼저 논리적 사고력과 관련해 김 대표는 “사고력이 훌륭한 시민들이 많을 때 사회가 성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를 성숙하게 만드는 사고력은 논리학이나 사회학으로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라 제대로된 기독교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말씀에 기초한 변하지 않는 진리에 기초한 분별력 있어야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선교사님들이 이 땅에 와서 학교를 세워 인재를 길러내셨다. 이에 힙입어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온 것 같다”며 ”이를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유일한 자원이라 할 수 있는 차세대를 키워낼 때 하나님께서 기독교학교에 복을 주실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이재훈 목사는 “기독교학교라면 학교 구성원, 특히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예수님의 제자로서의 삶이 있어야 하고 학생들을 제자로 양육하려는 마인드가 있어야 할 것”이라며 “그래야 진짜 기독교학교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 목사는 “기독교학교들이 선제적으로 좋은 교육의 모델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며 “기독교학교가 소명과 올바른 비전을 따라 가고, 각자의 이익을 넘어선 공통의 비전인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갖는다면 하나님께서 기독교학교를 세워주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이 외에 장동민 교수(백석대학교 부총장)도 ‘포스트 크리스텐덤 시대의 기독교학교’라는 제목으로 주제강연을 했고, 김은호 목사(오륜교회 담임), 이영선 이사장(전 한림대 총장, 연세대 명예교수, 기독교학교연합회 이사장), 박상진 교수(장신대)가 참여한 특별대담도 진행됐다. 또 이지선 교수(한동대, 「지선아 사랑해」 저자)의 간증, ‘기독교학교 비전선포’ 시간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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