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거주하는 필립 리지웨이(왼쪽), 레이첼 리지웨이 부부가 30년전 기증된 배아를 이용해 출산한 쌍둥이 남매 리디아와 티머시를 안고 있다. /연합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거주하는 필립 리지웨이(왼쪽), 레이첼 리지웨이 부부가 30년전 기증된 배아를 이용해 출산한 쌍둥이 남매 리디아와 티머시를 안고 있다. /연합

미국의 한 부부가 테네시주 녹스빌의 한 병원에서 30년 동안 냉동상태로 보관됐던 배아를 이용해 쌍둥이 자녀를 출산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달 31일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거주하는 필립 리지웨이, 레이첼 리지웨이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리디아, 티머시 남매다.

미 국립배아기증센터(NEDC)에 따르면 두 아이는 익명의 50대 부부가 남편의 정자와 34세 여성 기증자의 난자를 이용해 시험관 수정(IVF)한 뒤 1992년 4월 22일부터 한 불임시설에 냉동 보관돼 있던 배아를 레이첼의 자궁에 착상하는 방식으로 태어났다. 5개의 배아 중 3개가 정상적으로 해동됐고 이중 2개가 생명으로 잉태된 것이다. 참고로 냉동 배아의 정상 출산 확률은 약 25~40% 수준이다.

NEDC는 이 배아가 출생으로 이어진 가장 오랜 기간 냉동됐던 배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존 최고 기록은 2020년 10월 26일 벤 깁슨과 티나 깁슨 부부의 딸로 태어난 몰리로 27년가량 배아 상태로 있었다.

리지웨이 부부에게는 이미 8살, 6살, 3살, 2살 등 4명의 자녀가 있지만 아이를 더 갖고 싶어 NEDC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 필립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 냉동된 배아를 얻으려 한 것은 아니었다"면서 "우리는 단지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 가장 오래 기다려온 배아를 원했다"고 말했다.

리지웨이 부부는 배아를 선택하기 전 기증자의 인종과 나이, 신체 조건, 건강, 교육 수준, 직업, 문화적 취향 등의 정보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는데 기증자의 번호가 앞자리일수록 더 오래전에 기증된 것이라 여겨 앞번호를 고르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필립은 "내가 다섯 살 때 수정된 배아가 그렇게 선택됐다"면서 "쌍둥이는 우리 집에서 가장 어린 아이들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큰 아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부부가 시험관 등 체외수정으로 임신을 준비할 때는 실제로 사용하는 것보다 많은 배아를 생산한다. 그리고 여분의 배아는 대개 미래의 자녀 계획을 위해 냉동 보관되거나 과학 연구 혹은 임신을 원하는 다른 부부를 위해 기증된다. 이렇게 기증된 배아는 불임으로 고생하는 부부들에게 빠르고 경제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보관기간이 냉동 배아의 유효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정확히 규명되지 않았지만 각국의 법적 허용기간과는 별도로 최소 수십년 이상 문제없이 보관할 수 있다는 게 의학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영국의 경우 올해 7월 법 개정을 통해 10년이었던 냉동 배아 보관제한을 최장 55년으로 연장하기도 했다.

리지웨이 부부의 주치의인 존 고든 박사는 "영하 196℃의 초저온 액체질소 속에서 배아는 생물학적 대사가 사실상 멈추게 된다"며 "얼마나 오래 보관한 배아인지 보다는 난자를 기증했던 여성의 당시 나이가 아이의 건강에 더 많은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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