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
황근

‘인디언 기우제(indian ritual for rain)’라는 말이 있다. 미국 애리조나 사막에 사는 인디언 부족이 비가 올 때까지 제사를 지낸다는 것에서 나온 말이다. "무슨 일이든 정성을 다하면 이루어진다"라는 교훈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와 달리 인디언 기우제는 ‘비가 올 때까지 계속 제사 지내는 미련한 행동’을 조소하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지금 야당과 좌파 언론들의 행태를 보고 있으면 마치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고 있는 것 같다. 윤석열 정권을 붕괴시키기 위한 촛불이 다시 타오를 때까지 매일 고사 지내는 모습이다. 기우제를 주관하는 제사장은 야당이고, 좌파 매체들은 기우제 지내는 사원(寺院)인 셈이다. 기우제에 올라가는 제수는 대통령과 주위 사람들에 대한 의혹과 비하들이다.

마치 6년 전 당시 야당과 좌파 세력들이 연대해 주동했던 촛불시위로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고 집권했던 추억을 되살리려 안달하는 모습이다. 야당과 좌파 매체들이 윤석열 정부를 공격하는 메뉴들을 보면 그야말로 탄핵 촛불시위 코스프레 그 자체다. 박근혜 대통령을 몰아내는데 동원했던 미신·비선·사생활 의혹 같은 소재들이 똑같이 사용되고 있다.

야당과 좌파 매체들은 무엇이든 무당과 연관지어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대선 기간에 시작됐던 대통령 부인과 관련된 의혹 제기와 흠집내기는 사실 여부를 떠나 치졸하기 그지없다. 동남아 순방 중에 대통령 부인이 소아암 아동과 찍은 사진을 두고 ‘빈곤 포르노’라고 비하하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을 조롱했던 누드화 ‘더러운 잠’을 연상케 한다.

야당 의원이 인터넷 매체가 협업해서 알아냈다는 청담동 술판 폭로는 말 그대로 ‘끝판왕’이다.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한밤중에 30여 명 변호사들과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황당무계한 주장은 개그콘서트를 보는 듯하다. 도저히 180석 가까운 국회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지난 5년간 국정을 책임졌던 집권 정당 행태라고 보기 어렵다.

이처럼 정치나 정책과 관계없는 가십거리들로 대통령과 정권을 공격하는 이유는, 대중의 감성에 호소하려는 선동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거리로 끌어내 다시 한번 촛불잔치를 벌여보겠다는 심사인 것이다. 좌파는 태생적으로 선전·선동에 능하고, 또 그것으로 정권 쟁취에 성공한 사례들도 많다. 2002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 2008년 광우병 파동, 2014년 세월호 참사는 그들 말대로 촛불을 활활 타오르게 해 정부를 무력화시키고 집권까지 성취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선동 전술이 생각보다 재미를 못 보고 있다. 그 이유는 야당과 좌파 매체들이 제기하는 시비거리들이 상식을 크게 벗어난 의혹이거나 가짜뉴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국민들에게 이런 선동 전술에 대한 학습효과가 체화(體化)되어 버렸다. 되려 지난 정권과 자신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역공 받기 일쑤다.

그러다보니 야당과 좌파 매체들은 촛불이 횃불이 되어 타오를 때까지 연일 인디언 기우제를 지내고 있다. 그런 와중에 발생한 이태원 사고는 하늘이 기우제에 감동해 내려준 기회라 생각했을 것이다. 어쩌면 세월호 참사처럼 될 수 있을 거라고 내심 환호했을지도 모르겠다. 가족 동의 없이 사망자 명단을 공개하고, 추모관을 만들자고 하면서 어떻게든 촛불이 다시 타오르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생각만큼 비의 양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고등학생까지 동원해서 정권 퇴진 시위를 벌여야 하나 싶을 정도다. 언제까지 기우제를 지내야 할지 알 수 없다. 자칫 윤석열 정부 끝날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도어 스테핑 직후 대통령실 로비에서 있었던 MBC 기자의 난동이 마치 아무리 기우제를 지내도 비가 오지 않아 짜증내는 좌파 매체의 답답한 심정을 드러낸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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