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기억해야 할 아픔' 연평도 포격 12주년

장병 2명·민간인 2명 희생...6.25 이후 우리 땅 공격 첫 포탄
서해 도발엔 민감한 중국을 北이 사전에 양해 구하고 감행
포격 4~5일 전 NLL 부근 中어선 조업 급감...사전인지 증거

연평도 포격 1주기를 하루 앞둔 2011년 11월 2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바른사회대학생연합 회원들이 연평도 포격으로 희생된 고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
연평도 포격 1주기를 하루 앞둔 2011년 11월 2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바른사회대학생연합 회원들이 연평도 포격으로 희생된 고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

23일은 우리 영토인 연평도가 북한군 포병으로부터 직접 포격을 당한 지 12년째 되는 날이다. 2000년 11월 23일 일어난 이 포격 도발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우리 영토의 민간인 지역에 북한군이 직접 공격을 가한 사건이며, 휴전협정 이후 북한의 수많은 도발과 비교해봐도 휴전이 깨지고 전쟁이 재개될 가능성이 그 어떤 도발보다 높았던 사건이다.

이 포격 도발로 인해 우리 군 장병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민간인도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연평도 포격 도발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기존에 북한이 보였던 서해상에서의 도발 사례를 완전히 벗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동의 또는 최소한 묵인이 있어야 가능한 도발 수위라는 점에서 ‘북한과 중국이 합작해 대한민국 영토를 타격한 사건’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북한은 휴전 이후 서해방향에서의 무력 도발은 대개 해군 함정의 북방한계선(NLL) 침입이나(1999년 제1 연평해전), 해군 함정간의 함포사격전(2002년 제2 연평해전), 잠수함을 통한 함정 공격(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 등 해상작전 위주로 벌여왔다. 우리 영토에 대한 직접적 공격은 이뤄지지 않았다.

서해상에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면 우리 군이 서해상에 병력을 증강배치하게 되고 주한미군의 정보자산 역량도 집중된다. 이는 다롄, 칭다오 등 서해 인접 도시에 대부분의 해군기지를 두고 있는 중국을 불편하게 만드는 일이 된다. 북한 역시 이를 충분히 알고 있기에 서해상에서의 무력 도발은 △민간 어로구역이을 벗어난 해상에서 △민간인의 피해를 고려할 필요 없는 군 병력간의 교전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연평도 포격 도발은 연평도에 거주하는 민간인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까지 충분히 감안한 상태로 이뤄진 북한군의 공격이었다. 북한군 포병의 공격에 의해 피해를 입은 지점 중 38곳이 군 시설과 관련이 없는 민간인 거주구역이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민간인 지역에 대한 공격은 절대로 북한군의 단독적인 판단만으로는 이뤄질 수 없고 최소한 중국의 묵인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 당시 사건을 겪은 여러 사람들의 평가다.

서해5도의 하나인 백령도에서 장기간 복무했고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현역이었던 한 전직 해병대 부사관은 "11월은 대부분의 어종에 대한 금어기가 풀리는 시기로 우리 어선들은 물론 중국 어선들도 서해 어장에 매우 활발하게 드나든다"며 "특히 북한은 서해연안 조업권을 중국에 팔아넘기는 경우가 많아 NLL 이북 인근에서 조업하는 어선 중 80% 이상은 중국 어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연평도 포격 도발 4~5일 전부터 NLL부근에서 중국어선들의 수가 확 줄어들었다"며 "이는 북한이 서해상에서 어떤 형태라도 무력도발을 일으킨다는 것에 대해 중국 측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확실한 정황"이라고 설명했다.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통일부에서 근무했던 전직 공무원도 이와 비슷한 평가를 내놨다. 그는 "포격 도발이 있었던 2010년 11월은 이미 김정일의 건강 상태가 회복이 어려울 정도로 악화일로였다"며 "김정은으로의 후계작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퍼포먼스로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던 북한이 중국에 적극적으로 양해를 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통일부에서도 나왔다"고 전했다.

이들의 분석과 평가대로라면 72년 전 한반도의 통일을 방해했던 중국은 북한의 그림자에 숨어서 여전히 대한민국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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