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이태원 사고 유족들이 22일 윤석열 정부를 향해 재발 장지 대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공식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은 2016년 4월 중국 내 북한 유경식당에서 집단 탈북한 여종업원 13명의 북측 부모들을 접촉해 그들을 북송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주최로 열려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날 민변 주최로 서울 서초구 스탠다드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족들은 정부를 향해 △진정한 사과 △성역 없이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과 책임 규명 △참사 피해자의 소통 보장과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 △희생자들에 대한 온전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민변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이태원 사고 유족 34명의 요청을 받아 법적으로 대리하는 등 유족과 두 차례 간담회를 진행하며 해당 6가지 요구사항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민변이 과거 유경식당 종업원들의 한국 입국이 기획 탈북이라고 주장하며 북측 부모들의 위임을 받고 변호했던 사건처럼, 이번 이태원 유족들에 대한 법적 대리 또한 2차 가해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미 온라인 커뮤니트 등에서는 민변의 이태원 유족 기자회견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젊은 나이에 하늘나라로 간 청년들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이는 정부가 배상해야 하는 사건이 아니다. 그 배상금 또한 국민의 혈세다"라고 토로했다. 다른 누리꾼은 "이태원 사고 유족 상대로 선동 일삼는 민변은 사회불안조장 및 국가전복 세력"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다른 댓글들에도 "안타깝긴 하지만 그날 누가 강제해서 이태원에 간 것은 아니지 않나. 보상을 하라고 하는데 국가의 돈이 아니고 국민들의 돈이다. 너무하다"라고 비판적인 글들이 달렸다.

앞서 민변은 2018년 5월 11일,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대응 TF’ 명의의 성명에서 "종업원들이 가족들과 자유롭게 만날 수 있도록 보장하고,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해당 사건을 국정원의 기획탈북으로 몰아갔다.

당시 민변의 이런 주장으로 유경식당 종업원들은 물론 국내 탈북민들에겐 신변의 위협을 걱적해야 하는 2차 가해가 버젓이 행해졌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당시 민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기획북송설이야말로 조작된 거짓"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김 대표는 그해 5월 18일 국회에서 열린 ‘탈북 유경식당 종업원 북송 저지 긴급정책토론회’에서 탈북민들의 분위기와 반응을 전하며, 정부가 탈북민 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당부했다.

탈북민 김기영(남·33)씨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인권불모지인 북한에서 부모들은 하루라도 자녀들이 그 땅을 떠나길 바라는 심정이지만, 대놓고 법적 대리인을 자처하는 민변의 모습에서, 당국의 눈치 때문에 그런 요구를 할 수 밖에 없는 심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을 정상국가로 생각하는 민변의 대리 변호가 탈북여종업원들을 북송해야 한다는 한국 내 종북 진영의 논리와 맞아 떨어지면서, 탈북여종업원들은 물론 탈북민들 또한 북송의 악몽에 시달리는 등 2차 가해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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