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1월~9월) 국내가수 대비 해외팝의 소비량이 월평균 22%로, 2017년 이후 최처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사진은 ‘블랙핑크’ 등 K팝 걸그룹들. /연합

국내 K팝 음악이 전성기를 맞이하면서 해외 팝 음원의 소비량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써클차트(옛 가온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은 올해 1월~9월 국내 가요(대중음악 전반) 대비 해외 팝 음악의 소비량이 월평균 22%이며, 이 추세라면 올해 2017년(19.6%) 이후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2018년(23.9%) 2019년(27.5%) 2020년(31.4%), 계속 증가했던 가요 대비 팝 음악 소비량 비중이 지난해(27.2%)에 이어 올해 20%대 초반으로 하락한 셈이다. 올 1∼9월 팝 음악은 작년 동일 기간보다 월평균 12.6% 감소해 전체적인 소비량도 줄었다.

대중음악 분야에서도 이제 ‘국산품’이 ‘수입품’을 압도하는 현상인 것일까? 지난해(1∼9월) 써클차트 디지털 종합 차트의 상위 100위까지 해외팝은 12곡이었으나, 금년엔 그 절반인 6곡만 순위에 들었다. 비욘세나 해리 스타일스처럼 굵직굵직한 세계적 팝스타들의 컴백이 이어졌음에도 팝 음악의 인기가 시들해진 이유로, ‘K팝의 성장’과 ‘국내에서 인기 있는 해외아티스트들의 히트곡 부재’가 꼽혔다. 특히 K팝 분야에선 ‘걸그룹들의 성장’이 눈길을 끈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여름 ‘걸그룹 대잔치’라 부를 만큼 K팝 여성 아티스트들 활약이 두드러졌다. 블랙핑크의 ‘본 핑크’(BORN PINK)가 미국 ‘빌보드 200’에서 1위, 또 트와이스의 활약에 이어 아이브·르세라핌·뉴진스도 성공적으로 데뷔하며 인기를 끌었다. "국내 가요가 주춤하면 팝 음악이 상승, 팝 음악이 주춤하면 국내 가요가 뜨는 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국내 팬들이 선호해 온 해외 팝 가수들의 히트곡 부재도 팝 음악 소비 감소에 한몫했다. 지난해 톱 100에 이름을 올린 곡은 저스틴 비버의 ‘피치스’(Peaches), 더 키드 라로이의 ‘스테이’(Stay), 앤 마리의 ‘2002’, 에드 시런의 ‘배드 해비츠’(Bad Habits) 등이었다. 올 들어 이들이 신곡을 내지 않거나, 신곡을 냈어도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결국 팝 음악 소비를 견인하지 못한 것이다.

국내 음원시장에서도 인기를 끌던 해외 유명 가수들이 새로운 흥행작을 내지 못한 반면, 우리나라 걸그룹들의 존재감은 매우 커졌다. 음악시장에서 ‘한국제’가 ‘수입산’을 밀어낸 측면이 있다. 9월 이후 한국에도 상당 수의 팬을 보유한 테일러 스위프트와 샘 스미스가 컴백했다. 김 수석위원은 "이들의 전 세계 팬덤이 대단하긴 하지만 그 안에 한국인들 팬덤은 아직 그리 크지 않다. 적어도 당분간 국내 가요계의 우위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요대비 팝 음원 사용량 비교. /써클차트 김진우 수석연구위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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