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을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마닐라의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인 말라카냥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
필리핀을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이 21일(현지시간) 마닐라의 대통령 집무실 겸 관저인 말라카냥궁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AP=연합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첫 대면 회담(14일·인도네시아 발리) 후 일주일 만에 남중국해 문제로 미·중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중국 견제를 위해 필리핀에 새 미군 기지를 건설할 방침이다. 필리핀을 방문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1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대통령과 만나 입장을 밝혔다.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군이나 선박이나 비행기가 공격을 받으면 미국은 상호방위 조약에 따라 개입할 것이다." 이튿날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중국명 난사·베트남명 쯔엉사·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에 인접한 팔라완섬도 방문했다. 중국이 영유권 주장을 위해 군 기지를 구축한 곳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또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서 "국제사회의 결정에 따라 필리핀을 지지한다"는 미국 입장을 전하며, 2016년 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을 상기시켰다. 중국의 ‘남중국해 약 90%가 자국 영해’ 주장이 유엔해양법협약 위배라는 취지의 판결이었다. 미국·필리핀은 ‘방위협력 확대 협정(EDCA)’ 강화를 통해 미국에 필리핀 군사기지의 접근과 이용을 허용하고 필요 시설물을 설치할 권한을 부여했다. 미군은 남중국해에 이어진 팔라완섬 등 기존 5개 군사기지 외 추가 기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대만과 가까운 루손섬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중국은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과 지역 국가 간의 교류에 반대하지 않지만 교류가 지역의 평화·안정을 도와야 한다. 다른 나라의 이익을 해쳐선 안 된다." 외교부 마오닝 대변인이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시진핑 주석도 17일 태국 방콕에서 마르코스 대통령과 만나 "남중국해 문제에서 쌍방이 계속 우호적으로 협의하며 이견과 분쟁을 적절히 처리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 글로벌타임스는 22일자에 중국외교학원 리하이둥 교수의 논평을 실었다. "필리핀 방문 중인 해리스 부통령이 아직 중국을 공개적으로 거론하지 않았지만, 남중국해를 둘러싼 분쟁을 부채질하며 미국의 지원 없이 안전치 못할 것임을 동맹국들에 상기시키려 한다"는 내용이다.

영유권 주장을 위해 중국과 필리핀이 해당 지역의 섬·암초를 군사기지화 해왔다. 중국은 스프래틀리 군도의 일부 지역에 인공섬을 만들어 군용 활주로와 항구를 설치했고, 이에 맞서 필리핀이 5월 스프래틀리 군도의 웨스트요크·난산·노스이스트 케이 등 섬 3곳에 군 기지를 구축했다.

17일 방콕에서 열린 중국 필리핀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폐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
17일 방콕에서 열린 중국 필리핀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폐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악수하고 있다. /신화=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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