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감'.
'동감'.

영화 ‘동감’은 95학번 공대생 ‘용’과 2022년 ‘무늬’라는 여대생이 아마추어 HAM 무전기로 소통하면서 벌어지는, 시공을 초월한 이야기다. 말하자면 1995년의 공간과 2022년의 공간이 공존하는데, 이런 이야기가 가능한 것은 평행우주론 덕분이다. 평행우주이론이 처음 제기되었을 때 사람들은 말도 안 되는 허무맹랑한 상상으로 치부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평행우주론은 과학계에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제는 세계적으로 저명한 과학자들도 현실의 우주와 다른 우주, 현실과 다른 현실이 실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영화 ‘동감’은 독립영화로 기반을 다진 서은영 감독의 신작이어서 영화마니아들은 개봉되기 전부터 주목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스토리가 아닌가. 그렇다, 이 영화는 2000년에 개봉한 영화 ‘동감’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2000년 김하늘과 유지태가 주인공이었던 ‘동감’은 관객들에게 특별한 로맨스 감정을 선사했다. 그로부터 22년이 지난 오늘, 서은영 감독은 배우 여진구와 조이현, 그리고 김혜윤을 내세워 새로운 로맨스 버전을 그려냈다. 조이현과 김혜윤의 풋살구 같은 첫사랑 연기를 눈여겨 봐야 한다.

평행우주이론은 전자와 양자가 동시에 서로 다른 장소에 존재할 수 있고, 서로 상충되는 성질을 동시에 갖는다는 양자역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오늘날 세계의 저명한 과학자들도 인정하는 평행우주론. 만약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말고 시공을 초월한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하여, 누구나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있고 또 그곳으로 데려다주는 타임머신 같은 게 있다면, 어느 시공을 지정하여 떠날까? 그건 두말할 것 없이 첫사랑의 시간과 공간이 아닐까.

첫사랑의 로맨스는 시공을 초월하여 인류가 직립보행을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종말이 있다면 종말 때까지 영원불변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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