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본격적으로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사고 유족들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이 정부에 대한 요구사항을 발표하는 한편 국민의힘도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라는 원칙을 발표한 상태다. 하지만 이 사건의 정치 쟁점화에 앞서 우리 사회가 확인해야 할 원칙이 있다.

먼저 사건의 확산이 아닌 수습이 우선이어야 한다. 많은 국민들은 이 사건이 제2의 세월호 사태가 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세월호’는 사고 발생 후 9년 동안 엄청난 국민적 에너지와 혈세를 소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공식적인 원인조차 확인하지 못한 상태다. 유사한 사고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의 정비나 매뉴얼 작성은 아예 언급조차 없다.

세월호 사고가 이렇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사고의 수습보다 확산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치적인 목표를 달성했지만 우리 사회는 이 비극으로부터 얻은 게 하나도 없다. 오히려 세월호 사고가 우리 사회에 끼친 후유증은 어마어마했다. ‘이태원’이 이런 전철을 밟는 일은 피해야 한다.

또 하나, 정치적인 접근은 피해야 한다. 유족과 민변은 참사 책임이 정부·지자체·경찰에게 있다는 정부 입장 발표 및 대통령의 진정한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참사 책임은 이제부터 과학적인 수사와 전문가의 진단을 통해 밝혀야 할 사항이다. 미리 예단해서는 안된다. 자칫 사건의 실체적인 진실을 밝히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정치적인 악용을 노리고 있다는 의심을 사기 쉬울 것이다.

대통령의 사과도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드러난 바에 의하면 이 사건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당사자는 현장의 경찰 지휘자였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다. 이 전 서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에 임명한 ‘알박기’ 인사다. 사과를 요구한다면 문 전 대통령에게 요구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태원 참사는 분명히 그 책임 소재를 밝혀야 하고, 필요하다면 적절한 배상도 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뒤에나 가능한 일이다. 서두를수록 진실은 더 멀어진다. 현재까지 이 사건의 원인과 구체적인 경과는 베일에 가려진 상태다. 지금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아는 자가 있다면, 그자야말로 이 사건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자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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