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의 실드 시제품(작은사진) 충돌실험 현장 전경. 이번 실험에서 실드는 낙하 2초 만에 화성 착륙선이 지면 근처까지 강하했을 때와 유사한 속도로 가속돼 바닥과 충돌하며 112톤의 충격력을 받았다. 하지만 실드 속 스마트폰과 라디오는 실금 하나 가지 않고 보호됐으며 기능적 문제도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실드 하부의 다단 구조가 구겨지면서 충격을 완벽히 흡수한 결과다. /NASA
NASA의 실드 시제품(작은사진) 충돌실험 현장 전경. 이번 실험에서 실드는 낙하 2초 만에 화성 착륙선이 지면 근처까지 강하했을 때와 유사한 속도로 가속돼 바닥과 충돌하며 112톤의 충격력을 받았다. 하지만 실드 속 스마트폰과 라디오는 실금 하나 가지 않고 보호됐으며 기능적 문제도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실드 하부의 다단 구조가 구겨지면서 충격을 완벽히 흡수한 결과다. /NASA

"쿵! 착륙에 성공했습니다"...화성에 착륙하는 새로운 방법 ‘충돌’

 

지난 9월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지구방어실험에 성공한 미 항공우주국(NASA)이 태양계를 바라보는 통찰력을 넓혀줄 또 하나의 고의적 충돌을 준비하고 있다. 화성 착륙선을 화성의 지면에 충돌시켜 착륙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기술이 개발되면 1971년 구 소련이 인류 최초로 화성에 착륙선을 안착시킨 이래 50여년 이상 변하지 않은 화성 탐사의 방정식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

최근 NSAS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제트추진연구소(JPL)에서 차세대 화성 착륙선을 위한 프로토타입 낙하 장치의 실험 영상을 공개했다.

약칭 ‘실드(SHIELD)’로 명명된 이 장치는 일종의 충격 흡수 모듈이다. 지금껏 화성 착륙에 성공한 미국·러시아·중국 등의 우주기구들은 낙하산과 역추진 로켓, 제트팩 등을 이용해 착륙선의 하강속도를 감속한 뒤 살포시 내려앉는 방식을 택했는데 NASA는 실드를 통해 다소 과격하지만 훨씬 쉬운 길을 찾고 있다. 실드를 부착한 착륙선을 공중에서 그냥 떨어뜨리는 게 그것이다.

실드는 이때의 충돌에서 로버를 포함한 탐사장비를 보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다단 케이크를 엎어놓은 듯한 구조물이 지면에 닿는 순간 한 단씩 구겨져 충격을 흡수하는 메커니즘이다.

이번 실험은 실드 시제품이 실제로 민감한 전자장치를 지켜낼 수 있을지 증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NASA JPL의 루 기어시 박사는 "높이 27m의 타워에서 5㎝ 두께의 강철판이 놓인 지면을 향해 화성 착륙선이 지표면 근처에 도달했을 때와 유사한 속도인 시속 177㎞로 실드를 발사했다"며 "무려 112톤짜리 물체가 들이받는 힘이 가해졌지만 실드 속 스마트폰과 라디오는 조금의 파손도 없이 완벽히 작동했다"고 밝혔다.

NASA는 장차 실드로 인해 회당 수조원이 들어가는 화성탐사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착륙선의 화성 대기권 진입·하강·착륙(EDL) 단계에서 정교한 감속과 자세제어에 동원됐던 장치들을 다이어트해 상당한 자원과 시간을 아낄 수 있는 덕분이다. 실드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보라 쵸마르코비치 박사는 "화성탐사의 가성비가 좋아지면 더 빈번한 임무 추진이 가능해진다"며 "그만큼 과학적 발견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NASA는 실드가 EDL의 성공률을 제고할 수 있다는 점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DL은 단 7분 만에 끝나지만 NASA가 화성 착륙을 시도한 14번의 미션 중 5번(35.7%)을 이 단계에서 실패했을 정도로 극악 난이도의 시간이다. 최대 시속 2만㎞(마하 17)에 이르는 극초음속의 강하 속도와 마찰열을 이겨내고 착륙에 성공하려면 수백개의 프로세스가 한 치의 오차 없이 수행돼야 하는데 화성은 모래폭풍 발생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너무 많다.

게다가 지구의 엔지니어는 도움을 줄 방법조차 없다. 화성-지구 간의 무선신호 도달시간이 11분에 달해 착륙선의 EDL 절차 개시 메시지를 받았을 때는 이미 착륙 성패가 결정된 뒤다. 모든 것은 사전입력된 시퀀스에 맞춰 착륙선 스스로 해내야 한다. 그래서 NASA는 EDL 단계를 ‘공포의 7분’이라 부른다.

기어시 박사는 "화성탐사에 나선 누구도 수년의 연구개발을 거쳐 7~8개월간 4억㎞ 이상을 날아간 뒤에 EDL에서 실패해 수조원을 날리는 상황을 겪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실드 덕분에 EDL 절차가 쉽고 간단해지면 착륙 성공률은 자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실드는 현재의 착륙시스템으로는 감히 도전하기 어려운 위험한 지형을 정복할 도구가 될 수도 있다"며 "장기적으로 화성은 물론 달을 포함한 태양계 행성 탐사의 디폴트값을 바꿔놓을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NSAS는 2023년을 목표로 화성 착륙선의 나머지 부분을 설계하고 있으며 성능 개량을 위한 추가 실험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