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인근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 총파업 현수막을 단 화물차가 주차돼 있다. /연합
2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차종·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인근 화물연대 서울경기지역본부에 총파업 현수막을 단 화물차가 주차돼 있다. /연합

24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5개월 만에 또다시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갈길 바쁜 산업계에 ‘급제동’이 걸렸다.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로 우리나라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무역적자 국가로 전환될 것이 유력한 상황이다. 여기에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현상까지 겹친 가운데 화물연대의 총파업은 우리 경제 전반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가장 먼저 시멘트와 레미콘 업계부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시멘트 업계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시멘트 제품을 특수 차량인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를 활용해 전국 각지의 레미콘공장으로 옮긴다. 문제는 국내에서 운행하고 있는 2700대의 BCT 가운데 1000대가량이 화물연대 소속이라는 점이다. 시멘트 업계는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이틀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

시멘트 업계와 공생관계에 있는 레미콘 업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시멘트 업체로부터 시멘트를 공급받지 못하면 콘크리트를 제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 중소기업중앙회의 긴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레미콘 업계의 피해 규모는 하루 500억원씩 4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전국 곳곳의 건설 현장도 울상이다. 이틀 후 시멘트 공급이 끊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현장에서 공사가 중단되는 사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일부 현장에서는 레미콘 공급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다음 달 분양에 들어가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서는 레미콘 타설이 중단될 위기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서울 성수동 삼표산업 공장 철수 이후 레미콘 공급 부족에 시달려온 서울 세운지구 등 사대문 안의 공사현장들도 중단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겨울이 오기 전에 레미콘 타설을 서둘러야 하는데 파업이 조기에 끝나지 않으면 전국의 모든 공사현장에서 공사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완성차 업계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예상된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은 협력 업체를 통해 실시간으로 부품을 조달해 자동차를 조립한다. 하지만 자동차를 구성하는 수만 개의 부품 가운데 하나만 납품이 중단돼도 생산라인 전체를 가동할 수 없다. 더욱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을 둘러싼 해외 완성차 업체들과의 주도권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자칫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타이어업계 역시 화물연대 총파업에 따른 피해를 경계하고 있다. 국내 타이어업계는 생산 물량의 약 70%를 수출하고 있는데, 지난 6월 파업 당시에는 30~50%를 출하하는 데 그쳤다. 당시 금호타이어는 광주 공장에서 생산된 타이어 전량이 출하되지 못하면서 큰 피해를 입었다. 한국타이어 역시 하루 기준 출하하지 못한 물량만 5만여 개에 달했다.

지난 6월 파업으로 국내 산업 가운데 가장 피해가 컸던 철강업계는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파업으로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5대 철강업체는 제품 72만여 톤을 출하하지 못해 1조1500억원에 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6월 파업으로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 바 있는 유통업계는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월드컵 대목을 놓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모습이다. 유통업계는 미리 확보한 임시 차량을 이용해 업무를 이어갈 방침이다. 하지만 정기 차량에 비해 임시 차량은 운임이 2배 가까이 비싸다. 파업이 길어질수록 손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처럼 화물연대의 파업이 장기화할수록 산업계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파업 당시에는 철강, 석유화학, 완성차 등 산업계 전반의 피해액만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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