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괴담’이 해프닝으로 판명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 그리고 김앤장 변호사 30여 명이 청담동 술집에 모여 ‘동백아가씨’ 등을 부르며 놀았다는 괴담. 연주를 했다던 첼리스트가 경찰에 출석해 "모두 거짓말이었다"고 자백한 것이다.

이 괴담이 국회에서 김의겸 의원에 의해 거론됐을 때부터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헛소리’라는 심증을 갖고 있었다. 대통령과 법무장관이 시민들의 시선에 노출되기 쉬운 술집에 갈 이유가 없거니와, 서너 명 모이기도 힘들다는 김앤장 변호사들이 30여 명씩 함께한다는 건 공상 모험소설에 가까운 얘기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술집은 지하에 있다는데, 대통령은 경호 원칙상 전시에 준하는 비상상황이 아니면 지하에 가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번 해프닝이 보여주는 진짜 문제는, 이렇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괴담이 국회 국정감사 현장에서 유포되는 현실이다. 이 괴담을 거론한 김의겸 의원은 원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변인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 청와대의 대변인이었고, 중앙 일간지 한겨레의 선임기자였다.

당사자가 거짓이라고 진술하자, 김의겸은 "윤 대통령 등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국회의원으로 당연한 일을 했다며 "다시 돌아가도 같은 질문을 하겠다"고 했다. 뒤늦게나마나 자백을 한 첼리스트만도 못하다. 기자였던게, 국회의원인 게 창피하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악의적인 가짜 정보에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그 취약성은 정치적 편견에 근거하고 있다. 현실 정합성 따위는 무시하고 자기 진영의 구미에 맞는 정보라면 철석같이 믿고 퍼뜨리는 것이다. 세월호 괴담이나 최근의 이태원 사고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도 모두 그런 정치적 편향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지금도 포털에는 보수 언론의 보도라 믿을 수 없다는 댓글이 몇 천 개씩 달리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사회의 정신병리적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실이 드러나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 현상이다. 정부와 정치권·언론·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대처하지 않으면 이런 사회적 정신질환은 점점 심각해질 것이다. 사회적 경고음을 울려야 한다. 지금도 많이 늦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