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장세이가 신간 ‘맛난 부사: 말맛 지도 따라 떠나는 우리말 부사 미식 여행’을 펴냈다. /교보문고

신간 ‘맛난 부사: 말맛 지도 따라 떠나는 우리말 부사 미식 여행’(이응출판 216쪽)이 나왔다. 시인이자 수필가 장세이(46)가 우리말 속 ‘부사’(副詞)의 매력을 풀어 맛보여 준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2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에 선정된 책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숲이야기인 ‘서울 사는 나무’ ‘엄마는 숲해설가’, 우리말을 소재로 한 ‘후 불어 꿀떡 먹고 꺽!’ ‘오롯한글’ 등을 통해 언어적 감성을 드러내 왔다. 이달 30일 출시될 <맛난 부사>는 부사의 역할을 네 가지(‘스며드는 힘’ ‘덧붙이는 힘’ ‘응어리진 힘’ ‘아름다운 힘’)로 소개한다. 스물다섯 개의 부사가 단맛·짠맛·신맛·쓴맛·물맛으로 각각 설명된다.

‘부사부터 지워라!’ 잡지·신문 등 활자매체에서 기사 길이를 줄여야 할 때 적용되는 요령이다. 저자는 잡지사 신입기자 시절, 선배의 이 가르침을 따르지 못했다고 한다. 부사마다 독특한 저마다의 ‘말맛’이 쉽사리 포기가 안 됐기 때문이다. 저자에 따르면 ‘부사는 힘차다!’ 문장에서 가장 먼저 지워야 할 힘없는 말이 아니라, 깊고 너른 뜻을 지닌 우리말이라는 것이다.

일단 부사는 무언가를 명확히 지시하거나 한계 짓기보다 문장 전체에 그 힘을 널리 퍼뜨린다. 가령 ‘비로소’는 이전의 모든 문장을 끌어안으며 새로운 변화의 시작을 알리고, ‘바야흐로’는 긴 과거를 네 음절에 품은 채 내일의 문을 열고 시절을 넘어 시대를 향해 나아간다.

또한 부사는 어떠한 상황이나 감정을 고조시키고, 그 의미의 깊이와 너비를 유연하게 배가시킨다. 이를테면 ‘기쁘다’만으론 알 수 없는 감정이 부사로 살아난다. ‘그나마 기쁘다’ ‘새삼 기쁘다’ ‘마냥 기쁘다’ 등등. ‘응어리진 힘!’을 가진 부사는 두서너 음절만으로 눈앞에 장대한 광경을 보여준다. ‘아스라이’를 떠올리면 머나먼 별을 올려다보는 모래밭의 작은 한 송이가 그려지고, ‘불현듯’이라 하면 칠흑 속에 불을 켠 듯 갑자기 환환 영상이 눈 앞에 펼쳐지기도 한다.

심지어 부사는 그 뜻과 모양에 말의 멋·맛이 고스란히 스며들어 문장에 아름다움을 더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예컨대 "‘오롯이’ ‘사뭇’ ‘고즈넉이’ 같은 단어를 되뇌면 어느덧 마음에 은하수가 흐른다." 각 단어의 말맛을 형상화한 스물다섯 점의 그림도 함께 실렸다.

머리말에 저자의 소망을 밝혔다. "부디 이 책이 오래도록 잊고 지낸 말맛, 그중에서도 부사의 깊고 너른 말맛을 새삼 깨우치고, 일상에서 그 맛을 고이 음미하도록 이끄는 기꺼운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 문자·카톡, 컴뮤니티 및 SNS 등등, 글쓰기를 생업으로 하지 않더라도 문자활동이 빈번해진 시대다. 모두가 정보의 발신자인 시대, 우리말을 더 아름답고 정확하게 쓸 수 있는 감각이 모두에게 일상적으로 필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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