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4일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창용 총재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한국은행이 24일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창용 총재가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한국은행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물가를 잡기 위해 24일 사상 처음으로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다만 미국의 통화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 안정된 원·달러 환율, 자금시장 경색 위험, 그리고 경기침체 등을 고려해 빅스텝이 아닌 베이비스텝을 밟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렸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의결문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것에 대해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돼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이 아닌 베이비스텝을 밟은 것에 대해서는 "경기둔화 정도가 8월 전망치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완화되고 단기 금융시장이 위축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0.25%포인트의 인상폭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멈추지 않은 것은 아직 물가 오름세가 뚜렷하게 꺾이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10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7% 올랐다. 상승률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이후 8월(5.7%), 9월(5.6%) 떨어지다가 석 달 만에 다시 높아진 것이다.

지난 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4연속 자이언트스텝으로 최대 1%포인트까지 벌어진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도 인상의 주요 배경이 됐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환율이 불안해질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준금리 인상폭을 0.25%포인트로 제한한 것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는 경기침체를 우려했기 때문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로 하향 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지난 8월 전망에서 제시한 2.1%에서 0.4%포인트 내린 것이다.

최근 국내외 주요 기관들도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내년 경기 한파가 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통화정책 방향의 물꼬를 경기침체 방어 쪽으로 트는 양상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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