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열
정창열

김여정이 지난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담화에서 "(한국) 국민은 윤석열 저 천치바보들이 들어앉아 자꾸만 위태로운 상황을 만들어가는 정권을 왜 그대로 보고만 있는지 모를 일이다"라고 비난했다. 한국과 미국의 대북 독자 제재 추진에 반발, 전가의 보도처럼 막말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히스테리를 부린 것이다. 이와 함께 "그래도 문재인이 앉아 해먹을 때에 적어도 서울이 우리의 과녁은 아니었다"라는 협박을 가미했다. 최근의 한반도 긴장 책임을 한국 정부에 전가해 남남갈등을 조장함으로써, 정권 반대 투쟁에 나설 것을 부추기려는 불순한 저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인간 자체가 싫다’라는 등 저급한 용어를 동원한 김여정의 대남 히스테리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2년 전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시비하면서 남북공동연락소를 폭파한 이후 계속됐다. 다만 윤석열 정부 들어 그 빈도와 강도가 높아졌을 뿐이다.

히스테리는 자궁(子宮)을 뜻하는 그리스어 ‘히스테라’(hystera)에서 유래한다. 정확한 병인(病因)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여성에게 흔히 나타나므로 자궁의 이상이 원인이라고 생각한 데서 붙여진 말이다. 미국의 저명한 정신분석가 크리스토퍼 볼라스(Christopher Bollas)는 히스테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히스테리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조종한다는 인상을 주지만, 이들의 주관적인 마음 상태는 이와 정반대다. 이들이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려고 할 때는 무서운 세상 속에서 안전한 섬을 확보하거나 두려운 일이 생길까봐, 이를 극복하기 위해 먼저 그런 일을 주도하거나 무의식적인 적대감을 표출하거나, 혹은 이러한 동기 중 몇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다.’

그러면 김여정은 왜, 막말 히스테리를 작렬하고 있는가? 볼라스의 설명을 최근 북한의 대내외 상황과 연결하면 다음 두 가지에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북한 내부 상황이 외부에서 관찰하는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것이다. 우선 경제 문제이다. 북한 경제는 기본적으로 대규모 노력(勞力) 동원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노력 동원이 제한을 받으면서, 알곡 생산을 비롯해 전반적인 경제 실적이 저조한 실정이다.

사회 분위기도 심상치 않은 듯하다. 북한은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리창대 국가보위상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5차 보위일꾼대회(11.19~23)를 개최했다. 이에 앞서 9월 중순에는 5년 만에 전국법무일꾼대회를 개최했다. 이는 당국의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회 저변에 비사회주의 현상이 확산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둘째,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박 판돈이 고갈되고 있다. 김씨 정권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무시한 채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해 왔고, 그 능력을 바탕으로 공공연히 대남 위협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미국·일본과 긴밀한 공조 아래 즉각적이고 단호한 대응을 하고 있다.

한미 공중 연합훈련을 연장실시하는가 하면, 주한미군은 북한의 ICBM위협에 대응해 우주군사령부를 설치할 계획을 발표했다. 또 한미 국방부는 11월 3일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SCM) 공동성명에 ‘김정은 정권 종말’이란 문구를 넣어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전력투구하다시피 해서 확보한 핵능력이 무력화될 수도 있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추가 핵실험 이외에는 제시할 카드도 별로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블러핑’을 너무 남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재 북한의 대내외 상황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은으로서는 답답하고 초조한 심정일 것이다. 이를 조금이라도 풀어보려는 것이, 김여정의 막말 히스테리 작렬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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