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3시 무렵, 태평로를 지나는 전국민중행동 참여단체들. 경찰은 촛불집회를 위해 앞쪽 5개 차선을 이미 막아놓은 상태였다. /전경웅 기자
26일 오후 3시 무렵, 태평로를 지나는 전국민중행동 참여단체들. 경찰은 촛불집회를 위해 앞쪽 5개 차선을 이미 막아놓은 상태였다. /전경웅 기자

지난 26일 낮 서울 용산 삼각지부터 광화문 일대까지 좌우 진영이 개최한 여러 건의 집회가 있었다. 언론이 보도한 교통정체는 경찰이 집회공간을 마련한다며 차선을 막은 탓으로 보였다. 그런데 경찰이 마련한 공간을 보니 좌파 쪽 집회 공간이 우파 쪽보다 훨씬 더 넓었다.

좌파단체 모임 ‘전국민중행동’은 지난 26일 낮 12시 30분부터 ‘2022 자주평화대회’를 열었다. 집회를 마친 이들은 용산 삼각지파출소 앞에서부터 서울역을 지나 서울시청광장까지 행진을 했다.

이들은 ‘주한미군 철수’ ‘한미연합훈련 반대’ ‘한미일군사동맹 반대’ 등의 구호와 함께 ‘윤석열 정부 퇴진’을 외치며 행진했다. 현장을 지나면서 보니 참석인원은 400~500명 정도였다. 경찰은 이날 행진에 참석한 사람이 500여명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4시부터는 남대문 북쪽 태평로 일대에서 좌파단체들이 모인 ‘촛불승리전환행동’이 주최한 제16차 촛불대행진이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김건희 여사 특검을 요구하는 집회였다. 오후 4시 30분 무렵 참가자 수는 700여 명에 불과했다. 이들도 집회 후 명동, 종각, 시청을 지나 다시 태평로로 돌아오는 행진을 했다.

집회와 관련해 대다수 언론은 좌파는 물론 우파 집회까지 싸잡아 비판했다. 곳곳에서 집회가 열린 탓에 교통정체가 극심했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6일 오후 서울 도심의 차량통행속도는 10km/h 안팎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집회와 행진이 있었던 현장을 둘러보니 교통정체 원인은 집회 그 자체보다는 경찰이 좌파 집회를 위해 최대한 넓은 공간을 확보해 준 것 때문으로 보였다.

이날 우파 집회는 동화면세점 앞부터 코리아나 호텔 앞 4개 차선을 막은 공간에서 열렸다. 우파 집회 참가자는 경찰 추산 6000명, 주최 측 추산 3만 명이었다.

반면 촛불 집회는 오후 4시 시작할 때 700명 정도 모였다. 경찰은 이들을 위해 오후 3시 이전부터 시청 앞 오거리에서 남대문 앞까지 한쪽 방향 차선 5개를 모두 막았다. 경찰은 비슷한 시간 서울시청광장으로 행진하던 ‘전국민중행동’을 위해 한강대로 2~3개 차선을 비워줬다.

‘전국민중행동’ 측 행진과 촛불집회 준비 시간이 겹치면서 오후 한때 세종대로~태평로를 오가는 차량들은 왕복 2차선으로 변한 길을 지나야 했다. 시민들은 중앙선에 마련한 임시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려야 했다.

이런 부분은 지나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경찰이 좌파 집회에는 공간을 널찍이 제공한 반면 우파 집회에는 상대적으로 협소한 공간만을 허용해 준 것으로 보였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좌파 집회 참가자가 이렇게 적을 줄 예상 못해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주 촛불집회에 3만명 넘게 몰렸고, 전국민중행동의 경우에도 많은 단체들이 참여한다고 신고해 공간을 넓게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촛불집회의 경우 불과 일주일 사이에 90% 가까운 인원이 줄어들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좌파와 우파 집회에 차별을 둔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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