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모습.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아무런 제재를 못하면서 유엔 안보리 무용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연합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 모습. 올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아무런 제재를 못하면서 유엔 안보리 무용론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연합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설을 통해 "북한 같은 깡패국가 하나 어쩌지 못하는 것만 봐도 쓸모없음을 알 수 있다"며 유엔 무용론을 주장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만들어진 국제연맹(LN)이 무력화되면서 2차 세계대전으로 치닫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지시간 21일자 사설 ‘유엔의 북한 보호자들’에서 유엔 무용론을 주장했다. 신문은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 규탄 성명을 도출하려 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된 것을 ‘실패’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2006년부터 2017년까지 9개의 대북제재 결의를 내놨던 유엔 안보리가 이제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탓에 수사적 표현도 못하고 있다"며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 도발에 대응을 하려다 실패한 게 이번이 10번째"라고 신문은 비판했다.

신문은 이어 북한의 ICBM 발사 후 유엔주재 중국대사 장쥔이 "유엔 안보리가 북한을 압박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김여정이 오히려 미국을 위협한 점, 북한이 올 들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63회 위반한 사실을 거론하며, 이럼에도 아무런 대응을 못하는 유엔 안보리의 무능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유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을 대담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호 받는 김정은이 미국 타격용 장거리 미사일을 선보이는 이유는 미국이 확고한 방위공약을 약속한 한국, 일본을 겁먹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신문은 "요즘 (유엔 안보리가) 핵무기로 이웃을 위협하는 깡패국가를 비난도 할 수 없다"며 "이처럼 유엔이 세계 질서의 수호자로서는 쓸모가 없다는 게 입증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유엔에 대한 신뢰를 거두고 자유와 의지의 동맹(서방진영)을 통해 일하는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 신문이 제시한 대안이었다.

유엔 안보리 무용론은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부터 커졌다. 당시 유엔 안보리는 러시아의 침공에 대응한다며 회의를 소집했지만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아무런 결과도 내지 못했다. 안보리는 뿐만 아니라 북한이 올 초부터 잇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로 대북제재 결의를 대놓고 위반해도 비난 성명 한 번 내지 못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탓이었다.

힘 있는 나라가 국제기구를 무력화한 건 90년 전에도 있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만든 국제연맹(LN)은 ‘전쟁 없는 세상’을 추구했지만 무력제재 수단이 없고 만장일치로 의사결정을 한 탓에 제 기능을 못했다. 게다가 탈퇴를 해도 불이익이 없었다.

때문에 일본이 1931년 만주를 침략해도, 나치가 독일을 장악하고, 이탈리아에 파시스트 정권이 들어서도 대응을 못했다. 국제연맹이 간섭하려 하자 일본과 독일은 1933년, 이탈리아는 1937년 국제연맹을 탈퇴했다. 그리고 이들은 몇 년 뒤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다.

당시 국제사회에서도 국제연맹 무용론이 나왔다. 하지만 국제연맹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인 1946년에야 해체된다. 그 유산을 물려받은 게 유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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