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지난달 50조원 플러스 알파(+α) 규모의 긴급 자금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자금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주요 골자는 채권시장안정펀드를 추가로 5조원 더 늘리는 것이다. 12월 국채 발행 물량도 9조5000억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줄인다. 아울러 자금시장을 교란하고 있는 한국전력의 채권 등 공사채 발행 물량도 축소한다. 특히 ‘최종 대부자’인 한국은행이 금융회사의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최대 2조5000억원의 유동성 지원에 나선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8일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자금시장 안정과 관련한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연말을 앞두고 자금시장 경색의 여진(餘震)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지원 발표로 일단 자금시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기업어음(CP)을 비롯한 단기자금시장과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돈맥경화가 풀리지 않고 있다.

실제 정부가 긴급 자금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은 이후 회사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21일 5.73%에서 이달 25일 5.3%로 하락했다. 하지만 대표적 단기자금시장 금리인 기업어음 금리는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A1급 91일 만기 기업어음 금리는 연 5.5%로 45일 연속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자금이 마르고 있는 상황에서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투자심리 위축이 지속되고, 단기자금시장에 대한 신뢰 역시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채권안정펀드 규모부터 증액하기로 했다. 최근 3조원 규모의 1차 캐피털 콜에 이어 5조원 규모의 2차 캐피털 콜을 시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캐피털 콜은 펀드에 대한 자금 투입 요청을 말한다. 채권 매입을 위해 채권안정펀드가 하루 700억~1000억원씩 소진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해 미리 자금을 확보해 놓겠다는 취지다.

2차 캐피털 콜에서는 한국은행이 자금 조성의 절반인 2조5000억원을 맡는다. 나머지 2조5000억원은 83개의 금융회사가 나눠 부담한다. 한국은행의 유동성 지원 방식은 환매조건부채권 매입이다. 환매조건부채권은 매도자가 나중에 이를 되산다는 조건에 거래되는 채권이다. 금융회사는 보유하고 있는 환매조건부채권을 한국은행에 맡기고 일시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는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국채는 물론 공사채의 발행 물량도 조정할 방침이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등 공공기관이 은행권과 협조해 채권 발행 물량을 축소하는 것은 물론 발행 시기를 분산하거나 은행 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금융권에 대한 규제도 추가적으로 풀었다. 금융당국의 규제에 맞춰 금융회사가 내부에 쥐고 있던 여유자금을 시장에 내놓도록 유도하기 위한 차원이다. 은행의 경우 안정적인 정부 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11가지 대출을 예대율 산정 때 제외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예금액 대비 대출액 비율을 의미하는 예대율 산정에서 이들 대출을 제외하면 예대율이 0.6%포인트 축소되는 효과를 내면서 8조5000억원의 추가 대출이 가능해진다.

정부는 퇴직연금 차입 규제도 내년 3월까지 한시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정부가 퇴직연금 적립금의 10%만 빌릴 수 있는 규정을 풀면 굳이 채권을 팔지 않고 적립금을 담보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금융지주 계열사 유동성 지원을 위해 자회사간 신용공여 한도를 내년 3월 말까지 10%포인트 완화하는 방안도 시행한다.

자금시장 불안의 근원인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대책도 내놓았다. 인허가 후 분양을 준비 중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보증 규모를 기존에 계획한 10조원에서 15조원으로 늘렸다. 미분양 주택의 PF 보증 상품도 5조원 규모로 신설했다. 대책 시행 시기 역시 내년 2월에서 1월로 앞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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