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덕
박상덕

이재명 대표의 말은 신빙성이 없다. 상황에 따라 이 말과 저 말을 늘어놓는다. 대표적으로 ‘내가 존경한다고 했더니 정말 그런 줄 알더라’라고 자신이 한 말을 뒤집고는 부끄러워하지도 않았다.

이 대표는 경기지사 시절 ‘탈원전이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경주, 포항 지진으로 더 이상 우리나라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나라 원전은 설계할 때부터 우리나라가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전제 하에 설계한다. 이 지사의 발언은 제대로 공부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증명했을 뿐이다. 실제로 근래 가장 강한 지진이었다고 평가되는 경주, 포항 지진 때도 원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지역의 일반 건물만 피해가 있었을 뿐이다.

그러던 이 대표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면서 원자력을 껴안기 시작했다. 탈원전을 감원전이라 바꿔 언어 마사지를 하더니,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원자력 분야 교수까지 영입하여 표 모으기에 안간힘을 썼다. 그 당시 내놓은 공약에서 ‘국내 원자력 기술과 산업이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중심 국가로의 긍지를 쌓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원자력을 추켜세우고 ‘신한울 3·4호기는 국민 판단을 존중하고 혁신형 SMR과 같은 원자력 산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대통령 낙선 후 민주당 대표가 되자 이 대표의 태도가 돌변했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는 SMR의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SMR은 윤 정부에서 12대 국가 전략기술로 정하고 2028년까지 3992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분야다. 해외에서도 이 분야에 집중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은 16억5000만 달러, 프랑스는 10억 유로를 배정했다. 국가별로 최소한 1조 원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미래 먹거리다.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국제상황에 발맞추어 이미 SMR 투자에 나섰다. 미국 뉴스캐일에는 두산과 삼성물산 및 GS에너지가, 덴마크 시보그 용융염 원자로에는 삼성중공업이, 캐나다 가스로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빌게이츠 테라파워에는 SK 등이 기술 선점을 위해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대기업들이 SMR에 대거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이 인류 최대 현안이고 이를 해결하는 최적 수단이 바로 원자력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이 분야를 선점하는 국가나 기업이 미래 에너지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SMR은 기술적으로 어떤 특징이 있는가? 이 대표처럼 원전을 반대하는 탈핵무당들이 강조해 온 원전의 안전성을 대폭 강화할 수 있는 것이 SMR이다. 지금 운영 중인 원전도 안전하지만 궁극적인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다. SMR은 노형에 따라 사용후핵연료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다. 재활용한다면 폐기물을 90% 이상 줄일 수 있기에 고준위 폐기물 처리도 단순화할 수 있다. 평소에는 안전성과 폐기물을 강조하다가, 막상 이 문제를 해결하는 원전을 설계한다는데 이를 반대한다는 것은 자기모순을 보여주는 행위다.

우리나라 에너지를 정말 염려하는 사람이라면 SMR 개발에 집중 투자의 길을 열어야 한다. 더구나 이 대표는 대선 공약에서 SMR 개발을 약속하지 않았는가? 또 다시 이율배반적인 사람이 되려는가? 이 대표는 이제 과거의 잘못을 씻어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말을 뒤집는 신뢰 없는 사람으로 남아서야 되겠는가? 신뢰를 바탕으로 민주당을 국민의 민생과 미래를 생각하는 조직으로 만들기 바란다.

지금이 바로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방향을 바꿀 때다. 국민의 인내에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예산 반영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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