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태병 화백 '백두산 호랑이'展

살아 있는 것 같은 강인함·진취적 정신...무심한 듯 자유로운 필치로 재현

채태명 화백의 호랑이 그림들.

2022년 임인년(壬寅年) 호랑이 해를 맞아 채태병(蔡泰秉) 화백의 ‘백두산 호랑이’展이 열리고 있다. 해금강테마박물관(관장 경명자·유천업)내 유경미술관3·4관에서 채 화백 만의 한국 호랑이들을 만날 수 있다(1월1일~ 2월25일 ). 호랑이는 예로부터 우리의 전통문화에 깊이 뿌리 내린 동물이다. 호랑이 그림을 집안에 걸어 놓으면 잡귀가 근접하지 못하고 액운을 물리친다는 민간의 믿음이 그냥 생겨난 게 아니다. ‘백두산 호랑이’展은 강인함 진취적 정신을 상징하는 한국 호랑이들이 주인공이다. 채 화백 특유의 과감하고 섬세한 터치로 한국 호랑이의 기백과 멋을 선보인다.

채 화백은 우리의 역사·문화의 맥을 이어 자신만의 개성으로 호랑이를 표현해 왔다. 정교하게 한 올 한 올 그어진 털의 표현과 살아 움직이는 강렬한 눈빛과 지조 있고 근엄한 자태의 호랑이들. 그러나 무섭거나 포악한 모습은 아니다. 무심한 듯 자유로운 필치로 재현해낸 당찬 힘과 에너지가 존재감을 부각시킨다.

호랑이는 ‘산중의 군자’ ‘산신령’ 등으로 불려 온 특별한 동물이다. 경명자 유경미술관 관장에 따르면 예로부터 호랑이 그림은 호축삼재(虎逐三災)라 해서, 화재·수재·풍재와 지병·기근·병란을 막아준다는 의미가 있다. 호랑이 그림이 잡귀를 쫓아내고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는 벽사(사악함을 물리침)의 매개로 여겨졌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힘든 매일을 보내는 요즘, 안 좋은 일 나쁜 질병들 모두 채 화백 작품 속의 늠름한 호랑이 기운으로 막아내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기 바란다." 경 관장의 덕담이다.

묵호 채태병 화백은 2014·2015년 목우공모미술대전 한국화 부문에서 입선, 2016년 제6회 무궁화미술대전공모전 한국화 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17년 대한적십자사 회장 표창, 2018년 제8회 대한민국 무궁화미술대전 한국화 부문 종합대상을 받았다. 노련한 화가라도 호랑이 그림은 쉽지 않다. 특히 수묵화의 경우,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수정이 불가능하기에 실력과 숙련도가 요구되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채 화백의 그림엔 위엄·용맹·자애·민첩·지혜 등 호랑이의 모든 미덕이 느껴진다. 그의 호랑이들은 살아 있는 듯하다.

호랑이가 근엄한 존재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올림픽 마스코트들 모두 호랑이였다. 한국인들의 관심과 친근감을 말해준다. 해학의 대상도 됐다. ‘호랑이가 잡아간다’ 해도 투정을 부리던 어린아이가 ‘곶감’을 주겠다는 말에 울음을 뚝 그치자 ‘곶감’을 더 ‘쎈’ 존재인 줄 알고 놀라는 호랑이 민담은 웃음을 준다. 단군신화에서 ‘곰(웅녀)’이 타고난 인내·끈기로 버텼다면, 뛰쳐나간 호랑이 역시 본성답게 상황을 돌파한 셈이다. 이후 역사에서 사람들을 더 매료시킨 것은 호랑이였던 것 같다. 곰의 미덕이 한국인들의 내적 기질에 녹아 있고, 호랑이와 함께 역사를 헤쳐왔다는 해석을 해볼 수 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