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대 ‘바실리카’. /제주비엔날레 제공

제3회 제주비엔날레가 제주 섬 곳곳을 전시공간으로 해서 열리고 있다(내년 2월12일까지. 온라인 예매 가능).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5년 만이다.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Flowing Moon, Embracing Land)을 주제삼아 신화·자연·생명·인간의 조화와 공존을 이야기한다.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현대미술관 등 전통적인 전시공간과 제주국제평화센터, 삼성혈, 가파도 AiR(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미술관옆집-제주까지 여섯 곳에 작품이 설치됐다.

제주도립미술관은 국내외 33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에 대한 경각심을 뮤직비디오로 풀어낸 김기라의 작품, 반투명 특수필름으로 미술관의 중정 공간을 에워싼 김수자의 ‘호흡’, 천연소재로 가구를 만드는 아트 퍼니처예술가 최병훈의 ‘태초의 잔상 2022’ 등을 만날 수 있다. ‘태초의 잔상 2022’은 제주 특유의 돌쌓기 방식으로 민속신앙 속 제단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의자처럼 그 위에 앉아 쉴 수 있다. 카리브해의 허리케인에 파괴된 자연물을 재활용 폴리염화비닐로 재현한 부부작가 ‘알로라 & 칼자디아’의 작품은 미술관 계단에 설치됐고, 이어지는 길에 강승철의 점자판과 먹돌형 의자가 있다.

제주현대미술관엔 미디어작업이 중점 배치됐다. 이탈리아 작가 콰욜라가 자율주행하는 드론으로 계곡 풍경을 탐구한 영상작업 ‘산책로’, 윤석남·박능생의 제주도 출신 여성사업가 김만덕을 기리는 설치물 또한 흥미롭다. 제주국제평화센터에선 바다와 해녀를 주제로 한 준초이(해녀사진), 노석미(제주풍경화)의 작품을 볼 수 있다. 제주의 고씨·양씨·부씨 시조가 솟아났다는 신화의 공간 ‘삼성혈’ 곳곳에도 작품이 놓였다. 박지혜와 대만작가 팅통창은 삼성혈 설화를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한 영상작업을 선보이고, 신예선의 ‘움직이는 정원’이 오랜 시간을 지켜온 나무들의 공기와 바람을 새롭게 체험하게 해준다.

가파도의 외딴 폐가엔 이탈리아 작가 아그네스 갈리오토가 프레스코화를 그렸다. 6개월간 가파도의 자연과 생명을 연구해 폐가 5개 방에 그려낸 프레스코화다. 가파도의 작가 주거지 ‘가파도 AiR’에선 심승욱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불에 타 뒤틀린 고목 같지만 자세히 보면 플라스틱비닐 수지 가공물이다. 한편 아르헨티나 작가 리크릿 티라바닛은 제주 전통농가 모습을 간직한 미술관옆집-제주에 머물며 퇴비를 만들고 여기저기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작가의 ‘지시’에 따라 빚은 막걸리를 맛보고 실크스크린 체험도 가능하다.

이밖에 국제 큐레이터 토크, 가상현실(VR) 체험프로그램, 비엔날레 연계시민교양강좌, 어린이·가족 참여형 워크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이번 비엔날레는 생태와 환경을 최대한 해치지 않는다는 목표 아래, 도록을 전자책으로 만들고 디자인물도 최소화하는 등 ‘낭비 제로’를 표방했다. "제주의 동서남북을 다양하게 다닐 수 있도록 위치를 배려", "전시 디자인보다 공간을 최대한 살리려 했다"고 박남희 예술감독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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