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열 피해 VPN 통해 상황 공유...유학생들 각국서 동조 시위
中 정부는 시위 확산 자체를 부정

중국 전역에서 ‘제로코로나’ 반대시위가 번지는 가운데, 쓰촨성 성도 청두 시위에서 시민들이 연설 및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로이터 통신이 입수해 27일 공개한 일자 미상의 소셜미디어 동영상 장면을 캡처한 것이다. /로이터=연합
중국 전역에서 ‘제로코로나’ 반대시위가 번지는 가운데, 쓰촨성 성도 청두 시위에서 시민들이 연설 및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있다. 사진은 로이터 통신이 입수해 27일 공개한 일자 미상의 소셜미디어 동영상 장면을 캡처한 것이다. /로이터=연합

중국 전역으로 확산 중인 방역봉쇄 반대시위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참여자들 대부분 20대 초반~30대 중반 청년들이란 사실이다. 28일 새벽 베이징 시위현장의 한 20대 여성은 ‘인터넷 통제’의 상징인 ‘404:Not Found’(찾을 수 없음)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그녀는 "인터넷에 쓴 비판 글들이 대부분 삭제됐다. 직접 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내기로 결심했다"며, 이것이 "생애 최초의 시위"임을 밝혔다. 영화계에 종사하는 한 남성은 "지난 3년간 제로코로나 때문에 문화산업 종사자들이 고사 직전"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엘리트 문화·예술인 70% 이상이 베이징에 사는데, 이들 상당수가 오늘 거리로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들은 주변의 경찰들을 의식해, 은어를 섞어 시위를 벌이며 각종 영상과 정보를 공유했다. 칭화대 학생들은 ‘프리드만 방정식’이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소련의 물리학자 겸 수학자 알렉산드르 프리드만이 우주팽창의 원리를 설명한 프리드만 방정식, 시위대는 프리드만의 발음이 ‘프리드 맨(freed man 해방된 사람)’ ‘프리 더 맨(free the man 인간을 자유롭게 하라)’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했다고 한다.

한편 세계 곳곳에서 동조 시위가 번지고 있다. 중국 당국의 원천봉쇄로 28일(이하 현지시간) 주요 대도시 시위는 무산됐지만, 해외유학 중인 중국인들이 각국에서 연대시위를 벌였다. 특히 중국의 젊은 세대들은 당국의 검열과 차단에도 가상사설망(VPN) 등 온라인 우회로를 통해 전 세계에 시위 상황을 알린다. 2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공권력을 동원해 총력전에 나서면서 주요 도시들의 시위가 무산됐다. 베이징 하이뎬구 쓰퉁차오(四通橋) 등 시위 예정지역에 경찰은 삼엄한 경비를 펼치며 증거수집에 나섰다. 행인들의 신분증이나 휴대전화 검사, 영상녹화기 확인 등을 강제한 것이다.

그러나 시위는 홍콩·대만·영국·미국·캐나다·일본 등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8일 홍콩중문대학교에선 약 50명의 학생들이 백지로 얼굴을 가린 채 "PCR 검사 없이 자유!" "독재에 반대하라! 노예가 되지 말라!"고 외쳤다. 2019년 홍콩 정부의 보안법 제정에 항의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래 처음으로, 공산당 검열에 대한 저항의 상징 ‘백지 시위’에 나선 것이다. 대만에서도 본토·홍콩 출신자와 현지 시민 200여 명이 자유광장에 모여 중국 내 시위대를 지지했다. 영국의 중국대사관 및 영사관 앞, 캐나다 수도 토론토의 중국영사관 앞, 일본 도쿄의 번화가 신주쿠 철도역 광장에서도 "공산당 퇴진" "시진핑 하야" 구호가 울려 퍼졌다. 예일대와 스탠포드대 등 미 전국의 대학캠퍼스에서는 밤샘 시위를 이어갔다.

외신을 종합하면, 24일 19명 사상자를 낸 신장 우루무치 아파트 화재사고 이후 50개 대학·최소 16개 지역에서 시위가 확인됐다. "끊임없는 코로나19 검사·봉쇄, 삶의 모든 측면에서 강화된 공산당 통제로부터 사람들이 해방되고 싶어 한다"고 CNN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지적한 것은 중국 당국이 특히 대학가 시위를 경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89년 톈안먼 시위 당시 주도 세력이 대학생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는 시위 확산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있다. 28일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서 외신기자가 시위 확산을 언급하며 ‘제로코로나’ 정책 종료를 고려할 것이냐 묻자, 자오리젠 대변인은 "당신이 거론한 관련 상황은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온라인에서 이미 시위 관련 검색어들이 사라졌다. ‘월드컵 노 마스크 관중석’ 단어까지 검열 대상이다. 관영 중국중앙(CC)TV 방송은 최근 카타르 월드컵 경기를 생중계하면서, 마스크 없이 환호하는 관중을 보여주지 않으려 애썼다. 선수·코치를 비추거나 관중석 개개인 얼굴 식별이 어려운 원거리 장면을 주로 내보냈다.

‘봉쇄 불만’이 폭발한 와중에 코로나19 환자까지 급증하면서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은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29일 로이터통신이 "작금의 중국 내 시위는 시 주석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대한 국민투표이자 대중적 저항"이라고 평했다. 대규모 시위에도 제로코로나 정책을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완화를 꾀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27일 베이징시 방역 당국은 소방통로와 아파트 동별 출입구 및 단지 출입구를 단단한 재질로 차단하지 못하도록 엄중히 지시했다고 밝혔다. 또 광저우·충칭 등 일부 대도시들이 전수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완화하는 조치를 도입했다. 민심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8일(현지시간) 홍콩에서 열린 중국 우루무치 화재참사 희생자 추모집회에서 시민들이 중국 정부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로 백지를 들고 있다. 2020년 시행된 국가보안법으로 홍콩에서는 시위와 집회가 금지됐음에도 시민들은 이처럼 제로코로나 반대시위에 지지를 표했다. 전날엔 홍콩대와 홍콩과기대 학생들이 중국 내 시위에 연대하는 ‘백지 시위’를 했다. /로이터=연합
28일(현지시간) 홍콩에서 열린 중국 우루무치 화재참사 희생자 추모집회에서 시민들이 중국 정부의 ‘제로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로 백지를 들고 있다. 2020년 시행된 국가보안법으로 홍콩에서는 시위와 집회가 금지됐음에도 시민들은 이처럼 제로코로나 반대시위에 지지를 표했다. 전날엔 홍콩대와 홍콩과기대 학생들이 중국 내 시위에 연대하는 ‘백지 시위’를 했다. /로이터=연합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