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이정민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 단연 눈에 띄는 점은 바로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인해 수많은 골들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존에도 오프사이드로 골이 취소되는 경우는 종종 발생했다. 그렇지만 이번 월드컵처럼 한 경기에 여러 차례의 골이 무효로 되는 경우는 없었다. FIFA 랭킹 3위의 강력한 우승 후보인 아르헨티나가 사우디아라비아에 패배한 이유도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에 의해 3번의 골이 취소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FIFA가 이번 월드컵에서 처음 선보인, 오프사이드 반칙 여부를 AI(인공지능)에 의해 판정하는 ‘반자동화 오프사이드’(Semi Automated Off-side)라는 신기술을 도입한 결과다.

FIFA는 새로운 월드컵 때마다 최신 기술을 도입하며 공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발전하고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골라인 판독 기술’(GLT)을 채택했으며, 직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비디오 보조 심판’(VAR) 시스템을 도입하며 오심률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특히 오프사이드 반칙은 찰나에 일어나기 때문에 그 미묘한 차이를 인간의 눈으로 정확히 잡아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지난 많은 축구 경기에서 오프사이드 오심으로 인해 승패가 결정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AI에 의한 정확한 판독시스템으로 더이상의 오프사이드 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짜 골이 진짜 골로 둔갑될 수 있는 상황을 최신 디지털 기술의 도움으로 방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프사이드는 공격수가 수비수보다 앞선 위치에서 공을 받는 것을 금지하는 규칙이다. 즉 공격하는 측이 상대보다 먼저 유리한 지점을 선점하려고 앞서 나가는 행위를 반칙으로 규정한다. 골대라는 목표지점에 공격하는 쪽이 상대적으로 더 가까운 위치에 있다면 쉽게 득점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프사이드 반칙은 축구 경기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민주당과 좌파세력이 벌이고 있는 정치 상황에도 대입해 볼 수 있다.

민주당이 정부를 공격하기위해 가짜뉴스를 무리하게 던지는 행위는 이슈 선점을 위해 선제적으로 고지를 점유하는 오프사이드 반칙이다. 물론 그 반칙으로 인한 득점이 오히려 자책골이 되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여론 조성에서 매우 중요한 이슈 선점 측면에서는 유리하게 작동한다. 그래서 최근 이준석 전 대표의 "우리당 의원들이 뉴스에서 사라졌다"는 의미는 내부총질과 관계없이 한번 새겨볼 필요는 있다. 그 예로 최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의 방한과 함께 수조 원의 투자유치를 비롯해 정부의 여러가지 외교 성과들이 오히려 김의겸·장경태 의원 등이 뿌린 자극적인 가짜뉴스들로 덮어져 버렸다.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대중들의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이슈가 헤드라인으로 올라가는 우리나라 미디어 환경을 교묘하게 이용한 결과다.

결국 민주당의 오프사이드 반칙으로 인한 ‘가짜 골’이 윤 정부의 ‘진짜 골’을 가려 버리는 ‘이가난진(以假亂眞)’ 현상을 야기한 것이다. 월드컵은 인공지능의 응용으로 ‘진짜’로 발전하는데, 정치 관련 미디어 환경은 ‘가짜’로 뒤덮이며 퇴보하고 있다. 공격성 발언으로 특정 이슈를 먼저 선점하려는 오프사이드 패턴의 기사를 헤드라인에서 보류하고, 1차적으로는 AI 2차적으로는 집단지성에 의해 검증된 후 게재되는 미디어계의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 도입을 논의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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