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라 보르시, ‘Dezso‘, 2017. /사비나미술관 제공
 

헝가리 사진작가 플로라 보르시(Flora Borsi 29세)의 국내 첫 개인전 ‘ANIMEYED’가 열리고 있다(내년 2월26일까지 사비나미술관 유료). 한국·헝가리 수교 33주년을 기념한 전시이기도 하다. 동물과 인간의 신체 특성을 결합한 ‘애니마이드’(Animeyed) 연작을 중심으로 사진 35점과 대체불가토큰(NFT) 작품 12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ANIMEYED’란 animal(동물)과 eye(눈)의 합성어다.

보르시는 특수 분장한 자화상을 찍는 셀프포트레이트(Self-Portrait) 사진가이자 비주얼아티스트다. 스스로 밝힌 바에 따르면, 반려견 ‘데조’와 함께 영상을 찍던 중 우연히 둘의 얼굴이 하나가 되는 화면을 발견했다. "서로의 눈을 나란히 배치했더니 마치 우리가 하나인 것처럼 보였다. 그런 콘셉트를 가지고 다양한 동물들과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여러 동물의 속성을 연구해 동물 모델을 정한 뒤, 해당 동물의 색과 모양·피부 등 특성에 따라 특수분장 기법으로 자신의 헤어스타일·메이크업·눈동자빛깔 등을 동물에 맞춘다. 예컨대 금붕어가 모델이면 머리카락을 주황색으로 염색하고, 흰 비둘기와 함께할 경우엔 얼굴을 하얗게 칠하는 식이다.

보르시는 분장 후 정교한 연출로 자신의 사진을 찍고 포토샵 프로그램을 활용해 옆모습을 한 동물의 눈과 정면을 바라본 자신의 한쪽 눈을 일치시킨다. 이렇게 인간과 동물이 눈맞춤(병렬)을 통해 ‘하나의 존재’로 거듭나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다. "내 자신이 모델이며, 분장부터 촬영·포토샵 처리까지 모든 작업을 혼자 진행한다." 사진 속에서 수많은 모습으로 변신하며 다양한 정체성 탐구, 인간과 동물의 예술적 소통, 사진작가로서 새로운 영역의 개척인 셈이다.

전시 개막에 앞서 29일 온라인으로 기자들과 만난 보르시는 "10대 때부터 사진촬영에 관심이 많았지만 어떤 주제로 사진을 찍어야 할지 잘 몰라 일단 내 얼굴부터 찍기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15살 때 암 진단을 받은 뒤 이 세상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겠다고 결심한 것 또한 자신의 얼굴을 열심히 촬영하게 된 이유다. ‘디지털 세대’답게, 포토샵으로 대표되는 사진 합성 및 편집에 능숙해 작품에 적극 활용한다. 11살 때 포토샵 프로그램을 선물 받은 이래 거의 "중독 수준으로" 이용하며 자기 얼굴을 찍어 편집했다고 한다.

보르시에 따르면 "동물을 직접 동원하지 않고 다른 작가가 찍은 인터넷 이미지를 가져와 포토샵으로 편집한다. 촬영 과정에서 동물을 힘들게 하거나 착취하지 않고도 멋진 효과를 낼 수 있다." 정교한 연출과 편집을 통해 동물들 저마다의 고유한 아름다움과 특별함을 부각시키는 게 사진작가 보르시의 예술성이다. 그녀의 작품은 프랑스(루브르박물관), 헝가리(국립박물관), 영국(사치갤러리) 등 여러 나라에 소개돼 왔다.

2014년 어도비 포토샵 프로그램 표지 작가, 2016년 아메리칸 아트 어워드 1위 금메달 수상, 2019년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 CI제작, 2020년 미국 포브스 선정 30세 미만 30인 아티스트에 선정된 바 있다. 작년엔 전 세계 여성 사진작가 대상 ‘핫셀블라드 히로인’으로 뽑혔고, 제13회 피렌체 비엔날레오픈 콜 국제대회 사진부문 우승을 차지했다.

플로라 보르시, Black Swan, 2021. /사비나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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