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 유네스코 아태지역 기록유산 등재

“대규모 재난 민관 협동해 극복한 사례 담고 있다는 점 높이 평가” 
한국교회사에서 '3·1운동 이후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으로 회자돼

문화재청은 올해 6월 등재 신청한 '태안유류피해극복기록물'이 제9차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위원회 총회에서 심사를 거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으로 최종 등재됐다고 지난달 26일 밝혔다. 사진은 당시 사고 뒤 태안 유류 사고 극복 자원 봉사 모습. /연합

문화재청은 지난달 26일 충남 태안 유류피해극복기념관에 있는 자료를 포함해 기름유출 사고 극복 과정이 담긴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이 유네스코의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 목록’에 등재됐다고 밝혔다. 이는 21세기 한국교회 최고 유산으로 평가받는 당시의 봉사 사역이 세계의 유산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07년 12월 7일 태안 앞바다에서는 유조선과 예인선이 충돌해 원유 1만2547㎘(7만8918배럴)가 바다로 흘러드는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서해안 곳곳은 검은 기름띠로 뒤덮였고 온갖 어패류가 폐사했으며 많은 양식장과 어장이 심각한 피해를 봤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사고 후 벌어진 끝없는 자원봉사 행렬이었다. 

유류피해극복기념관에는 당시의 참혹했던 상황과 자원봉사자들의 활약상이 담긴 각종 자료가 전시돼 있다. 특히 당시 한국교회의 활동이 담긴 사진이나 문건이 많다. 기름제거 작업에 나섰던 봉사자 상당수가 기독교인이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에 따르면 당시 각종 방제 작업에 참여한 교인은 약 80만명이다. 사고 후 현장에 갔던 전체 봉사자가 123만여 명이었는데 이 중 3분의 2가 기독교인이었던 셈이다.

이번에 유네스코에 등재된  ‘태안 유류피해 극복 기록물’은 각종 문서와 사진, 간행물 등 22만여건의 자료로 구성됐는데, 충청남도 환경부 국립공원연구원 육군본부 등이 보유한 기록물과 함께 한교봉이 소유한 기록물도 포함됐다. 한교봉이 가진 자료는 당시 피해 상황을 담은 사진과 자원봉사에 참여한 성도와 교회 명단 등이다. 

유네스코 등재는 세계적 영향력이 있는 인류의 중요한 기록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문화재청은 이번 기록물 선정 배경에 대해 “대규모 환경 재난을 민관이 협동해 극복한 사례를 담고 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다”고 전했다.

한국교회가 15년 전 벌인 서해안 살리기 활동은 교계의 섬김과 연합 운동의 롤모델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당시 사고가 발생하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목회자인 조용기·김삼환·오정현 목사 등은 한국교회가 한마음으로 이 사역에 뛰어들자는 데 뜻을 모았다. 

‘연합 봉사’로 방침이 정해지자 대형교회부터 개척교회에 이르기까지 방제 작업에 뛰어들면서 기적 같은 일들이 펼쳐졌다. 당시 상황은 아직도 '한국 교회사에서 3·1운동 이후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음해 1월 한교봉이 출범하기도 했다.

한편 한교봉은 오는 13일 만리포교회에서 세계기록유산 아태지역 목록 등재를 기념하는 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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