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 ‘팰콘9’ 로켓의 상부 페어링에 탑재된 채 발사를 기다리고 있는 일본 아이스페이스의 ‘M1’ 달 착륙선. M1이 달 착륙에 성공하면 일본은 미국·러시아·중국에 이어 달 표면을 정복한 네번째 국가가 된다. 또한 아이스페이스는 달에 터치다운한 첫 번째 민간기업이라는 타이틀의 주인공이 된다. /아이스페이스
스페이스X ‘팰콘9’ 로켓의 상부 페어링에 탑재된 채 발사를 기다리고 있는 일본 아이스페이스의 ‘M1’ 달 착륙선. M1이 달 착륙에 성공하면 일본은 미국·러시아·중국에 이어 달 표면을 정복한 네번째 국가가 된다. 또한 아이스페이스는 달에 터치다운한 첫 번째 민간기업이라는 타이틀의 주인공이 된다. /아이스페이스

최근 수년간 지구 궤도는 민간 우주항공 기업들의 사업영토가 됐다. 이제는 달도 그렇게 될 전망이다. 인류 최초의 상업용 민간 달착륙선이 달을 향해 출발했기 때문이다. 내년에도 두 곳의 기업이 추가로 상업적 목적의 달 착륙을 준비하고 있다. 천문학적 규모의 ‘달 경제권’을 놓고 펼쳐지는 뉴스페이스(민간 주도 우주개발)의 제2막이 오른 것이다.

이달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민간 우주벤처 아이스페이스(ispace)의 달착륙선 ‘M1(미션1)’이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2.3×2.6m 크기의 M1은 5개월여를 비행해 내년 3월말~4월초 달 앞면의 ‘아틀라스’ 크레이터에 착륙한다. 달까지의 여정이 긴 것은 지난 8월 발사된 우리나라의 첫 달탐사선 ‘다누리’와 마찬가지로 지구·태양의 중력을 이용해 추진력을 얻는 장거리 우회궤도를 택해서다. 직진궤도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최소한의 연료로 달에 도착할 수 있다.

착륙에 성공한다면 아이스페이스는 달표면에 터치다운한 첫 번째 민간기업이 된다. 지구 궤도에 머물렀던 뉴스페이스의 영역을 외계행성으로 넓힌 퍼스트무버가 되는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M1이 연구용이 아닌 상업용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달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이른바 ‘문코노미(moon+economy)’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M1에는 아랍에미리트(UAE)가 개발한 중량 10㎏의 소형 달탐사 로버 ‘라시드(Rashid)’와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만든 직경 80㎜의 공 모양 미니로봇 ‘소라-Q’가 실려 있다. 돈을 받고 이들을 달로 실어 나르는 게 M1 임무의 핵심이다.

또한 아이스페이스는 미 항공우주국(NASA)과도 달의 표토(表土)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아이스페이스는 향후 M1을 통해 채취한 표토의 소유권을 NASA에 양도하고 NASA는 이를 유인 달탐사와 달기지 건설을 위한 다국적 우주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의 사전연구에 활용하게 된다.

계약금액은 단 5000달러(약 650만원)에 불과하지만 이 거래는 우주개발 역사에 한 획을 그을 일대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주자원을 상업 판매하는 선례를 남길 것이기 때문이다. 하카마다 타케시 아이스페이스 설립자는 "내년이면 닐 암스트롱의 달착륙 이후 선언적 논의에 그쳤던 우주자원의 상업적 이용이 현실화된다"며 "헬륨3·희토류 등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 달 자원에 대한 민간개발을 이끌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예상을 반영하듯 이미 미국의 민간 우주항공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와 애스트로보틱이 아이스페이스의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양사는 달탐사의 민간 이전을 모색하는 NASA ‘상용 달착륙 서비스(CLPS)’의 일환으로 내년 1분기 중 달착륙선을 보낸다. 이중 인튜이티브 머신스의 ‘노바-C’ 착륙선의 경우 발사일은 내년 3월이지만 6일이면 달에 도달 가능한 직진 루트로 날아간다. 출발일에 따라 아이스페이스의 최초 타이틀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이스페이스 역시 M1에 이어 2024년 ‘M2’, 2025 ‘M3’의 발사를 예고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NASA의 아르테미스 지원을 포함해 매년 2~3회의 상업적 달착륙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단기적 목표다. 아울러 미국 마스튼 스페이스 시스템즈와 루나 아웃포스트가 각각 2023년말, 2024년에 NASA 판매용 표토 수집 등을 위한 달착륙선을 쏘아 올릴 계획이다.

이 같은 민간기업들의 행보에 맞춰 각국 정부는 법·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67년 발효된 국제협약인 ‘외기권 조약’에 따라 지구 밖 천체는 특정 국가의 소유권을 인정받지 못하는 탓이다. 이에 2015년 미국의 ‘민간우주발사경쟁법’을 시작으로 룩셈부르크·UAE가 민간기업에 우주자원 채굴·활용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마련했고 일본도 지난해 6월 약칭 ‘우주자원법’을 제정함으로써 아이스페이스의 비즈니스모델에 합법성을 부여했다. 우리나라 등 22개국이 서명한 ‘아르테미스협정’에서도 우주자원의 활용을 허용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는 "최근의 ‘문 러시’는 자원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명예나 연구에 방점이 찍혔던 과거와 차별화된다"며 "달 경제권의 개막은 우주발사체로 개화한 민간우주산업의 황금기를 열어젖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이스페이스의 ‘M1’은 상업용 달착륙선을 표방한다. 그 일환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과 달의 표토를 매각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계약금액이 5000달러에 불과하고 시료는 달에 둔 채 소유권만 양도하는 형태지만 민간기업이 지구 밖 천체에서 채굴한 자원을 상업 판매하는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우주자원이라는 천문학적 시장을 열어젖힐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이스페이스
아이스페이스의 ‘M1’은 상업용 달착륙선을 표방한다. 그 일환으로 미 항공우주국(NASA)과 달의 표토를 매각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계약금액이 5000달러에 불과하고 시료는 달에 둔 채 소유권만 양도하는 형태지만 민간기업이 지구 밖 천체에서 채굴한 자원을 상업 판매하는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우주자원이라는 천문학적 시장을 열어젖힐 계기가 될 전망이다. /아이스페이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