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이 권력, 돈, 명예가 되는 금기사회
반일이 권력, 돈, 명예가 되는 금기사회
  • 박동원 폴리콤 대표, 정치평론가
  • 승인 2020.05.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빈 해리스 “금기문화엔 단지 주술, 습속, 풍토적 이유보다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이유들이 있다”

-금기사회 대한민국. 독립운동, 위안부, 5.18, 노무현, 세월호 등의 언급은 거룩한 금기 깨는 행위

-박유하, 이영훈, 류석춘 교수는 금기를 건드려 역적이 되었다. 금기를 사수하는 건 진보가 아니다

비가 오는 가운데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일본대사관 앞에서 촛불집회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90년. 소련을 망하게 하고 사회주의를 패퇴시킨 건 인간의 본성적 욕망이라고 나름의 직관적 결론을 내었었다. 한창 인간의 본성과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시절 읽었던 마빈 해리스의 <문화의 수수께끼>엔 ‘금기禁忌’의 이유들이 나온다. 금기 문화엔 단지 주술, 습속, 풍토적 이유보다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이유들이 있다는 것.

금기는 문화다. 금기는 이유를 가졌다. 자신과 조직, 공동체를 지키려는 자위적 본능이 금기를 만들어낸다. 금기는 혐오를 통해 지켜진다. 금기를 넘는 것은 혐오의 대상이 된다. 금기가 많다는 건 지켜야 할 것이 많다는 의미이고, 금기가 많은 사회는 혐오사회다. 우리 사회에 넘쳐나는 혐오는 금기가 많기 때문이다.

금기의 영역을 사수하는 건 진보가 아니다. 금기를 얘기하는 진보는 진보의 탈을 쓴 권력지향주의자이거나, 스스로를 억압하는 중세적 종교주의자일 뿐이다.

대한민국은 가히 ‘금기사회’라 할만하다. 거룩함과 숭고한 종교성이 넘쳐흐르는 사회다. 금기는 종교적 주술이다. 일제 독립운동, 위안부, 5.18민주항쟁, 노무현, 세월호 등을 언급하는 건 거룩한 금기를 깨는 행위로 간주받는다. 금기가 많다는 건 그만큼 억압되고 드러내기 싫은 치부가 많다는 반증일 수 있다.

윤미향의 정의연이 부당성의 도마에 올랐다. 새로운 일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여러 곳에서 문제제기가 있어왔으나 금줄 넘는 것을 금기시 해왔다. ‘친일’이라는 금줄은 거의 주술과도 같다. 박유하 교수는 <제국의 위안부>란 책으로 금기에 다가갔다가 처참하게 난도질당했다. 지식인 나부랑이들까지 금기의 주술적 제의에 동참했다. 학문엔 금기의 영역이 없어야 함에도 이영훈, 류석춘 교수는 금기를 건드렸단 이유로 역적이 되었다.

◇친일의 금줄 쳐놓고 그 안서 권력과 경제적 이해 충족

마빈 해리스
마빈 해리스

마빈 해리스의 해석으로 보자면 ‘친일’의 금기는 정치·경제·사회적 이유다. 친일의 금줄을 쳐놓고 그 안에서 권력을 누리며 경제적 이해를 충족하고 사회적 명예를 구가한다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문제제기와 비판은 금기의 영역이다. 5.18도, 노무현도, 세월호도 시작은 창대했으나 금기의 영역 안에서 권력화되고 사유화 되었다.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 진실을 거부하는 사람은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한다. 인간은 불변의 무엇도, 어떤 것도 아니며 그 어떤 것으로도 머물러 있지 않다. 인간은 ‘되어가는 존재’다. 인간다운 인생의 본질은 환상을 깨는 아픔을 겪으면서도 다른 것으로 되어가는 자기 부정에 있는 것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입문 강의 읽기>를 쓴 배학수 경성대 철학과 교수의 말이다. 권위주의 사회일수록 금기가 많다. 금기는 권력이고 돈이다. 위안부도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소녀상도 세월호도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 광주도 언급될 수 있어야 한다.

금기의 영역을 사수하는 건 진보가 아니다. 금기를 얘기하는 진보는 진보의 탈을 쓴 권력지향주의자이거나, 스스로를 억압하는 중세적 종교주의자일 뿐이다. 인간다움은 환상을 깨며 변화해가는 자기부정이다. 그게 진보의 본질이다.

jayooilbo@jayoo.co.kr

더 자유일보 일시 후원

“이 기사가 마음에 들면 후원해주세요”

  • ※ 자유결제는 최대 49만원까지 가능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