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재춘 전 러시아대사

美, 푸틴에 대한 '자극적 레토릭' 자제는 核 카드 차단 위한 것
"尹 안보정책 제대로 가고 있어…문재인 반역행위 바로잡는 일"

이재춘 전 러시아 대사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권 5년 동안의 외교·안보 면에서의 비정상화를 바로 잡아 정상으로 회복 중이며, 무엇보다 한미 동맹 회복과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의 가동, 대중 3불 정책 폐기 등 주요 외교정책이 자유, 인권 등 가치 연대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격상시킨 점은 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석구 기자
이재춘 전 러시아 대사는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권 5년 동안의 외교·안보 면에서의 비정상화를 바로 잡아 정상으로 회복 중이며, 무엇보다 한미 동맹 회복과 한·미·일 삼각 안보협력의 가동, 대중 3불 정책 폐기 등 주요 외교정책이 자유, 인권 등 가치 연대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을 격상시킨 점은 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석구 기자

이재춘 전 대사는 외교가에서 이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베테랑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수료한 후, 1968년 제1회 외무고시 합격으로 외교관 생활을 시작하여 동북아 1과장,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외무부 아주국장, 외무부 제1차관보를 지냈다. 이후 주 EU 대사, 주 벨기에·EU 대사, 주 러시아 대사를 역임하고 2003년 2월에 외교통상부를 퇴직했다. 2003년 4월에 홍조근정(紅條勤政) 훈장을 받았다. 현재도 대한민국의 민간외교에 헌신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그를 만났다.

-美 중간선거가 민주당과 공화당의 비등한 관계로 막을 내렸는데, 바이든 행정부가 러-우크라 전쟁을 어떤 방향으로 끌어갈 것 같나.

"이번 미의회 선거결과는 러-우크라 전쟁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미행정부 내에서도 미국이 우크라 전쟁에 적극 개입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고 실제에 있어서도 미국의 직접개입보다는 나토 제국을 통한 간접개입 위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치중하고 있고, 특히 푸틴에 대한 자극적인 레토릭(말에 대한 말)은 자제하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할 수 있는데, 하나는 우크라 남부지역 헤르손에서의 러군 철수와 관련, 러시아의 전술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차단해야 하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신중한 자세가 요구되며, 둘째로는 현재 미·중 냉전하에서 중공에 대한 집중적인 전략전술 개발이 가장 중요시 되는 시점에서 우크라에 대한 과중한 부담으로 국력을 분산 시켜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작용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는 조기 정전체제의 성립을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미사일에 의한 폴란드 폭격 피해에 대하여 이것이 우크라 요격미사일에 의한 것이라는 정보를 시급히 확산시킨 것도 러시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배경으로 보인다."

이재춘 전 러시아 대사가 지난달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러·대중·대북 외교 전략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김석구 기자
이재춘 전 러시아 대사가 지난달 17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러·대중·대북 외교 전략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가야 하는지 설명하고 있다. /김석구 기자

-이번 G20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3국은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를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진정한 다자주의를 바란다"며 불편한 심경을 에둘러 표현했다. 외교적 노선을 확실히 한 한국에 대해 향후 중국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무엇보다도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과 실천행동에 적극적인 찬사를 보내고자 한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의 외교·안보 면에서의 반역 행위를 바로잡고 정상을 회복 중에 있다. 무엇보다도 다행한 일은 한·미 동맹의 원상 회복과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의 가동, 대중 3불 정책(3불 정책은 중국의 사드(THAAD) 압박 관련, 전임 문재인 정부가 △미국 MD(미사일방어체계) 참여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 동맹의 3대 항목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의 폐기 등 주요 외교정책이 자유, 인권 등 가치 연대를 통하여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위상을 격상시킨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외교·안보 기조는 5월의 바이든 대통령 방한, 6월 윤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담 참석, 9월의 윤 대통령 유엔총회 참석, 그리고 지난달 중순부터의 윤 대통령 캄보디아 아세안 방문 및 인도네시아 발리 G20 참석을 통한 다양한 외교활동으로 윤석열 정부의 외교 노선이 확정된 것으로 평가한다."

발리에서의 한·미·일 정상회담의 포괄적 공동성명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시도였고, 대한민국 나름의 인도·태평양정책이 처음으로 표명된 쾌거였다고 본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이른바 남방정책을 운운하며 미·중 사이의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3국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에 대해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 공약 △북한의 미상일 정보 실시간 공유 약속 △대만 관련 불변의 입장과 인도·태평양지역에서의 힘에 의한 현상변경 강력반대 △3국간의 경제안보대화체 신설 등을 합의했다."

한·중 정상회담에서의 중국 측 반응은 강경일변도 흔적 없다. 우리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을 강화 하는 것이 오히려 중국의 보복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확신한다. 오히려 우리의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우크라 전쟁의 장기전이 예상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 군사지원이 계속될수록 러시아의 피로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러시아는 한국산 포탄 10만발이 우크라이나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반면, 우리는 해당 주장을 부인했다. 한러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우리는 어떤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하는가.

"포탄 10만발 운운은 러시아측 주장일 수 있지만 알수 없다. 거꾸로 러시아군에 부족한 것이 포탄인데 러시아가 북한 측에 포탄 지원을 요청했다는 정보도 있다. 우리가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것은 우리가 한국전쟁 때 많은 나라의 도움을 받은 바 있어 자연스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정면으로 러시아를 자극하는 일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번 우크라 침략으로 푸틴 대통령은 정치적인 위기에 직면했고, 헌법개정을 통해 12년 더 집권 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상 패전책임을 지고 퇴각할 운명에 있다고 본다. 러시아는 우리와 인접한 대국으로서 중·장기적으로 협력해야 할 분야가 많고, 또 우리가 자유통일을 이룩하는 과정에서 러시아의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마도 본격적인 협력이 가능하려면 푸틴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북한의 핵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항구적인 북한 비핵화를 위해 우리 정부는 어떤 방향으로 대북정책을 펼쳐야 하는가.

"북한의 핵 보유는 기정사실화 되었지만 미국이나 우리 정부를 위시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공식적으로 또는 공개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얼마 전 핵무기 선제사용을 공식화했다. 이에 우리도 핵 개발을 서두르든지, 아니면 전술핵무기 재배치 또는 핵무기 한미 공유 등 필요하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이 모두 지난한 과제로 보인다.

이번 한미일 공동성명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양 정상에게 약속한 강력한 확장억제 방법 외에는 뽀족한 방법은 없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김정은이 핵 선제사용을 감행할 경우 북한은 끝장날 것이라는 미 국방성의 성명대로 될 것이지만 우리가 한미일 체제를 확고하게 강화해 나갈 때 김정은 체제는 오래 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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