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이후 보수의 비겁한 ‘평가’와 ‘성찰’
4.15 이후 보수의 비겁한 ‘평가’와 ‘성찰’
  •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 승인 2020.0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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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부정(보수우파 노선은 틀렸다), 자학(자체 혁신은 안된다), 투항주의(민주당 따라가기)

-아스팔트 우파 절연론, 중도 외연확장론, 외부인사 비대위장 추대론, 세대교체와 3040 기수론 등

-진보는 뻔뻔하고 보수는 비겁한 이유는 보수가 자신의 가치, 영혼, 역사에 자부심보다 자괴감이 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 내년 재보궐선거까지 미래통합당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시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 내년 재보궐선거까지 미래통합당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시기로 했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4.15 이후 ‘평가’나 ‘성찰’를 부실하게 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큰 흐름이 이상하게 잡히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자기 부정적(기존의 보수와 우파 노선은 틀렸다), 자학적(자체 혁신은 안된다), 투항주의적(민주당 따라가기 등)으로 가고 있습니다.

이는 ‘아스팔트 우파와 절연론’ ‘중도 외연확장론'(좌클릭론), 외부에서 전문의를 모셔와서 외과수술을 하자는 ‘외부인사 비대위장 추대론'(차도살인론) ‘세대 교체론'(3040 기수론?) 등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세연 의원의 인터뷰는 이런 생각을 잘 대변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 인터뷰는 제가 읽은 4.15선거 평가(소회)와 전망 중에서 각하고 토론할 게 참 많은 인터뷰 입니다. 생각이 수미일관하게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수미일관하게 총체적이고도 심각한 오류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작년 11월 중순 불출마 선언과 더불어 자유한국당 해체 요구를 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고, 공관위에서도 중핵적인 역할을 한다고 알려지면서 엄청난 비판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 비판에는 별로 동조하지 않았는데, 총선 이후 일련의 발언에 대해서는 심각한 문제를 느낍니다.

김의원의 인터뷰는 김의원 외에도 김종인, 김무성, 유승민 의원과 최근에 매체에서 자주 소개되는 3040 출마자 일부의 생각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선거 패인을 아스팔트 우파에 휘둘린 탓으로 인식

핵심은 선거 패인을 ‘아스팔트 우파’ 내지 ‘극우’에 크게 휘둘린 데서 찾는 것입니다. 패인을 여기서 찾게 되면 ‘아스팔트 우파’ 내지 ‘극우’와의 절연이 회생 처방이 됩니다. 사실 이는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습니다. ‘우파 교주주의’ 탓(박형준), ‘극우 유투브’ 탓(김무성), ‘막말’ (후보 공천 또는 미흡한 대처) 탓 등이 그러한 변주들입니다.

최근에는 5.18 관련해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 주류가 지만원 씨 주장에 동조한 것처럼 여기고(물론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참회 내지 시정을 요구하는 발언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는 문 정권의 폭정과 실정에 대한 장외 투쟁, 강경 투쟁 전반을 부정하는 데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보수·우파와 통합당을 참패의 나락으로 밀어붙인 주범으로 규정되는 아스팔트 우파와 극우는 어떤 세력을 말하나요? 아마 탄핵 불용, 김무성, 유승민, 하태경 등 탄핵 5적? 10적? 퇴출 고창, 태극기 성조기 박근혜 사진을 들고 광장에서 시위하는 세력을 지칭하는 듯합니다.

광화문(장외) 투쟁의 주된 동력으로는 대충 우리공화당, 친박신당, 기독자유통일당과 이른바 극우 유투브 추종 세력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요즘에는 사전 선거 부정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여기에 포함시키는 모양새입니다. 이 중에는 지만원 씨에 동조하여 5.18을 폄훼하거나 정면 부정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을 겁니다.

‘아스팔트 우파’ 내지 ‘극우’와 거리를 두라는 얘기는 저도 많이 듣습니다.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로 불리는 분들과 함께 조국·문재인 퇴진시위와 농성을 같이 했습니다만, 저는 이 분들의 주장에 동조하지는 않았습니다.

조문퇴진국민행동은 장기표의 ‘국민의 소리’와 이언주의 ‘행동하는자유시민’과 ‘플랫폼자유와공화’ 등 결코 ‘극우’로 규정하기 힘든 단체들도 주요하게 참여하였습니다. 탄핵 무효를 외치지도 않았고, 성조기 태극기 박근혜 사진을 흔들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이들에게 선거 참패의 주된 책임을 묻는 것은 언어도단입니다. 분명한 것은 ‘김형오 공관위 구성-혁통추와 미래통합당 출범-공천(지역구, 비례) 과정’에서 ‘아스팔트 우파’들의 입김이나 요구가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들과 절연하거나 거리두기를 하는 것은 이미 공천과 통합 과정에서 행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미 공천과정에서 아스팔트 우파와는 절연

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과 세종대로 일대에서 보수단체 주최로 조국 법무부 장관 퇴진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문수 탈당과 박근혜 옥중 메시지(사실상 통합당 지지)가 그 증거입니다. 김종인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한 것 역시 ‘아스팔트 우파’들로부터 꽤나 비판을 받았습니다. ‘아스팔트 우파’와의 절연은 아닐지라도 비판을 초래할 정도의 거리두기는 나름 일관성 있게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선거 결과는 기대에 한참 못 미치게 나왔습니다. 여기에 대해 김세연 의원은 자신이 볼 때 중도 확장성을 갖춘 김형오, 김종인 카드도 먹히지 않을 만큼 당이 망가졌다고 진단했습니다. 당이 망가진 이유가, 이게 정말로 중요한데요, ‘아스팔트 우파’가 주류였기 때문인가요? 당연히 아닙니다.

김세연 의원도 “1970년대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던 세대의 감성과 판단으로 지금의 세상을 바라보니 변화가 이해되지 않는 거다.”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당의 노년 세대의 감성과 판단을 문제 삼는 것 같습니다. 당 해체론은 이런 문제의식에 근거한 것 같고요. 그런데 이 문제가 ‘아스팔트 우파’와 절연하면 해결되나요? 주장이 현실과도 맞지 않고, 논리적 정합성도 없습니다.

그가 언급한 ‘1970년대 산업화를 이끌었던 세대의 감성과 판단’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1980년대 민주화를 이끌었던 세대의 감성과 판단은 제가 좀 아는데, 그 앞 세대의 그것은 뭔지 잘 모르겠고, 얼마나 위력을 발휘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1947년생 김형오, 1940년생 김종인에게 큰 기대를 거는 것을 보면 나이의 문제는 아닌 듯한데…

김 의원의 ‘아스팔트 우파’와의 절연론, ‘산업화 세대의 감성과 판단’ 문제론, 당 해체론을 보면 확실히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과 보수·우파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느끼고 있는 것은 확실한데, 무엇을 어떻게 바꾸자고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말만으로 보면 ‘아스팔트 우파’와 단절하고 산업화 세대와 다른 젊은 감성과 판단, 그리고 김형오와 김종인으로 대표되는 중도 확장성 있는 가치와 정신을 전향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것 같습니다.

그의 말을 듣다가 숨이 턱 막히는 것은 김형오, 김종인을 내세우면 먹힐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거 유권자를 너무 우습게 보는 것이 아닌가요? 도대체 두 김 노인이 상징하는 정신이 뭔가요? 김형오의 합리, 통합? 김종인 경제민주화? 이게 사실과 부합되는지도 의문이지만, 이렇게라도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과연 시대적 요구에 맞기는 한가요? 아니, 두 김 노인이 그 이미지와 어울리는 말과 행동을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하기는 했나요?

김 의원 자신의 오판과 김형오, 김종인의 대중적 이미지나 소구력를 성찰하지 않고 당이 너무 망가져서 별무신통이었다는 것은 두 김 노인을 확실한 약처방으로 보고 당을 중질환을 앓는 환자로 본다는 것인데요, 제가 볼 땐 보수·우파와 통합당이 중질환을 앓는 환자임은 분명하지만 두 김 노인이 처방은 아니라고 봅니다.

◇김종인, 김형오 두 노인이 무얼 하나?

김종인, 김형오

김 의원의 당에 대한 진단 자체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도외연확장은 통합당이든 민주당이든 지상과제인데, 확실한 것은 그것이 김종인이든, 3040이든, 여성이든, 타 지역 출신이든, 기업인이든, 경제학자든 몇몇 인물을 당의 얼굴로 내세우는 방식으로 간단히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2008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참패한 이후, 이 동네에서는 진보적 정체성 강화론=좌클릭론(조국, 진중권, 박상훈 등)과 중도외연확장론(김효석 등) 내지 유연한 진보론=우클릭론(노무현, 사회디자인연구소 등)이 치열한 논쟁을 벌였는데, 2020년 총선에서 통합당이 참패를 하자 보수적 정체성 강화론을 주장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반대로 ‘아스팔트 우파와 절연론’과 참패하면 항상 나오는 ‘중도외연확장론’만 횡행하고 있습니다.

즉 보수·우파적 가치, 정책에 대한 믿음, 자부심, 자존심이 없다는 것입니다. 보수·우파적 가치의 체현자로 태극기, 성조기, 이승만·박정희·박근혜 사진 흔들기, 5.18 폄훼하기, 6070 애국 할배 등을 생각하기 때문인가 봅니다. 기가 막힐 왜곡이요, 자학이요, 폄훼입니다.

진보는 뻔뻔하고, 보수는 비겁한 이유는 보수가 자신의 가치, 영혼, 역사에 대한 자부심보다는 자괴감이 더 강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의 피와 땀과 눈물과 고뇌를 잘 알지도 못하고, 존중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보수·우파는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무엇과 단절할지, 무엇을 강화하고 보완할지, 어디로 확장할지를 얘기해야 합니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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