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그룹 오메가엑스-소속사 '스파이어' 대표 갈등 격화

보이그룹 오메가엑스 멤버들이 법률대리인단과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
미국 유력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4일(현지시간) 오메가엑스 사태를 전하며 "한국 연예기획사들이 젊은 뮤지션들을 착취하는 것 아니냐 우려를 다시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K팝 보이그룹 오메가엑스는 소속사인 스파이어엔터테인먼트 대표로부터 폭행·추행을 당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10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한 호텔에서 오메가엑스 멤버들을 향한 소속사 대표 A씨의 폭언·폭행 사건이 있었고, 이 광경은 지나가던 행인의 휴대폰 카메라에 잡혔다. 오메가엑스의 첫 해외투어를 끝낸 후 소속사 대표 A씨가 LA의 호텔에서 멤버들에게 고성을 지르다 멤버인 김재한(27)을 밀쳐 바닥에 넘어뜨리는 장면이었다.
 
A씨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멤버 모두를 엄마처럼 돌봤다"며 LA 호텔에서 김씨가 바닥에 쓰러진 것은 ‘스스로 넘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멤버들의 다른 폭로내용도 부인하면서 이들이 더 큰 기획사로 옮기기 위해 자신을 상대로 "마녀사냥을 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해외 반응은 싸늘하다.
 
미국과 남미 투어에서 소속사 대표의 폭언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뉴욕 행사에서 분장을 담당했던 현지인 스텝 지지 그라나도스(25)는 NYT에 A씨가 멤버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봤다며 "누구에게라도 그런 식으로 고함 질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여론이 좋지 않자 오메가엑스의 미국·일본 홍보 및 활동을 위한 현지 회사 헬릭스 퍼블리시티(미국)와 스키야키(일본)가 스파이어와의 활동계약을 해지, 관계단절을 선언했다. A씨는 해당 소속사 대표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오메가엑스에 따르면 A씨는 상습적으로 성희롱 발언을 하고 멤버들의 허벅지·손·얼굴 등을 억지로 만졌으며 폭언을 일삼았다.
 
지난달 16일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전속계약 해지 예고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상품이 아닌 사람으로 존중받고 싶어 이 자리에 나오게 됐다", "전속계약을 해지하고 형사고소를 비롯해 순차적으로 법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K팝의 세계적 위상과 더불어 내부적 생태계도 보다 가다듬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호주 커틴대의 아시아 대중문화 전문가인 진 리 연구원은 "1990년대 이후 연예기획사의 착취 정도가 체계화 일상화했다"고 지적했다.
 
"세계적 K팝 인기 속에 점점 더 많은 젊은이가 그 안에 끌려들어 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NYT의 관련 보도는 한국을 "심한 계급사회"로 묘사하는가 하면, "K팝 아이돌들이 대부분 미성년자 상태에서 기획사와 계약을 맺다 보니 ‘을(乙) 처지’가 되기 쉽다며 다른 K팝 뮤지션들의 피해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2019년 걸그룹 크레용팝의 멤버 허민선이 일거수일투족 사생활을 통제당했다고 털어놓은 사실, 보이 밴드 더 이스트 라이트 소속 형제멤버 이석철과 이승현이 2019년 소속사 대표의 폭언·폭행을 고소한 사안도 인용됐다. 당시 법원은 소속사 대표에게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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