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文대통령 방중 굴욕, 만약 日이나 美였다면?
[시론] 文대통령 방중 굴욕, 만약 日이나 美였다면?
  • 이강호
  • 승인 2017.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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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회의실로 입장할 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팔을 툭툭 치며 어서 들어가라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TV조선 방송화면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이 회의실로 입장할 때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팔을 툭툭 치며 어서 들어가라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TV조선 방송화면 갈무리

[이강호 한국자유회의 간사/정치문화 평론가]

만약 문대통령의 방일외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가정을 한번 해보자.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에 국빈방문을 했는데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나는 경우다.

문재인 대통령이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일본의 부총리 격인 내각관방장관은커녕 외무대신도 아니고 차관도 아닌 차관보가 마중을 나온다. 아니 도착 그날 도쿄에는 아베 총리는 물론 2인자인 관방장관도 아예 없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관방장관은 도쿄에 그대로 있었다 한다.

이렇게 일정을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은 국빈방문임에도 도착 첫날 일본의 주요 인사 누구도 만나지 못한다. 식사를 같이 하자는 사람도 없다. 그래서 도쿄의 한 평범한 식당에서 도쿄 시민들 틈에서 식사를 한다. 첫날 둘째 날만 그러려니 했는데 그 후로도 7끼나 도쿄 시민들 틈에서 조촐한 식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제 일본의 수뇌들과 공식적 만남이 있는데, 일본의 외무장관이라는 사람이 한국의 대통령과 인사를 하면서 팔을 툭툭 친다. 그런가 하면 한국 대통령의 수행기자들이 취재를 하다 일본 경호원들에게 마구 두들겨 맞는다. 한국기자는 안면 골절로 한국으로 긴급히 후송된다. 그러나 일본은 이 사건에 대해 그저 ‘관심’만 표명할 뿐이다.

이쯤 되면 문대통령의 방일 일정은 당연히 파탄이 나야 한다. 한국에선 당장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하라는 여론이 일 것이며, 일본에 대한 규탄이 화산처럼 터져 나올 것이다. 특히 문대통령을 지지하는 매체들이 앞장서서 분노의 사설을 토해낼 것이고, 광화문에는 예의 촛불 시위대가 백만이 집결할 지도 모른다. 한국 주재 일본 대사관에는 화염병이 날아들지도 모른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과거 문대통령과 함께 일을 했던 한 인사는 “일본 경호원들의 정당방위”를 운운한다. 그리고 문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얻어맞은 한국의 기자들을 오히려 규탄한다. 한국 기자들이 일본 경호원들에게 “맞을 짓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괜히 문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었으니 청와대 기자단을 없애라”고 난리를 친다.

이런 뒷받침에 힘을 얻었는지 일본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푸대접과 무례와 불상사의 와중에도 침착하게 일정을 계속 소화한다. 그리고 도쿄 대에서 다음과 같은 연설을 한다.

“저는 일본의 총리에게서 일본의 통 큰 꿈을 보았습니다.” “일본은 단지 일본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입니다.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일본의 꿈이 일본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랍니다.” “한국도 작은 나라이지만 책임 있는 중견 국가로서 그 꿈에 함께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여 한국은 대통령 본인의 입을 통해 공식적으로 일본보다 작은 나라임을 만천하에 공표하게 된다. 그리고 작은 나라 한국은, 일본의 ‘대동아공영’의 꿈이 ‘인류공영’의 꿈이 되기를 바라며, 그 ‘일본몽’에 적극 동참할 것임을 천명하게 된다.

이완용이 살아서 목도한다면 경탄을 할 만한 이 대단한 방일 행보는 일본 외무성의 높은 평가로 대미를 장식하게 된다. 일본 외무성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방일 성공을 묻는 일본 NHK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문 대통령이 지난주 성공적인 국빈 방문을 마쳤다.” “방일 기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한일 관계의 개선과 발전 등에 대해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는 등 깊이 있는 의견 교환과 중요한 공동인식을 많이 달성했다.”

그러자 문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일본 외무성 대변인의 이 같은 평가를 내세우며 문대통령의 방일성과를 폄하하는 ‘일부 언론’ 등을 맹렬하게 비난한다. 그리고 문대통령은 재외공관장 회의를 열어 방일외교의 성과가 컸다고 자평하고 “일본의 신대동아공영 구상 동참에 속도를 내달라”고 주문한다.

일본은 결코 안 되지만 중국에는 모욕을 당해도 괜찮나?

물론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한일 간에는 이런 일은 절대로 벌어질 수 없다. 만약 그랬다간 한국에선 일본과 국교단절은 물론 아예 전쟁을 불사하자는 여론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따져보자. 일본과의 경우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굴욕적인 외교적 참사가 중국과의 경우라면 괜찮다는 것인가?

한국인에게 일본과의 과거사에 대한 기억은 단지 과거가 아니다. 그 굴욕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현재의 웅변으로 살아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 대한 사대(事大)의 역사에 대해서는 어떠해야 하는가? 일본에 복속 당했던 것은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할 치욕이지만 중국에는 다시 굴종을 해도 된다는 것인가?

진짜 강대국 미국도 이런 적은 없다

일본의 경우만이 아니라 미국과의 경우를 가정해도 마찬가지다. ‘대국 소국’을 운운하자면 미국이야말로 지금도 물론이지만 예전부터 세계적인 강대국이었다.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야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한미 간에는 이번 중국방문과 같은 모욕적인 사태는 결코 일어난 적이 없다. 한국이 참으로 힘없고 가난한 시절에도 그랬다. 이승만 대통령은 오히려 미국을 외교적으로 휘둘렀으며, 1954년 최초로 미국을 국빈방문 했을 때 미국은 이승만 대통령을 카퍼레이드로 환영했다. 그리고 1965년 박정희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당시 미국은 대통령 전용기까지 한국으로 보냈으며, 존슨 대통령은 박 대통령과 카퍼레이드를 하며 숙소인 영빈관까지 직접 바래다주었다.

지난 6월 28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대통령의 당시 방미 형식은 국빈방문(State Visit)eh 공식방문(Official Visit)eh 아닌 그 다음 단계의 공식실무방문(Official Working Visit)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의 당시 설명에 따르면 문대통령은 최소한 이번 중국 국빈방문 때보다는 더 나은 예우를 받았다. 반미패거리들에게는 매우 아쉽겠지만 미국 경호원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수행 기자들을 두들겨 패는 일도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니 어떻든 ‘중국 국빈방문’에 비해 ‘미국 공식실무방문’의 대접은 확실히 나았던 셈이다.

그럼에도 문대통령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미국의 통 큰 꿈을 보았다”거나 “한국도 작은 나라이지만 책임 있는 중견 국가로서 미국의 꿈에 함께할 것”이라는 등의 말은 하지 않았다. 미국의 대접도 괜찮았고 문대통령 태도도 지지자들의 입장에선 자주적이라 만족할 만했을 듯하다.

다시 중국 밑으로 들어가고 싶은가?

그러나 나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촛불세력들은 반대 시위를 하고 길을 가로막는 등의 난동을 벌였다. 그랬던 자들이 이번에 중국이 보인 행패 수준의 모독에 대해선 결코 홀대가 아니라 우기고 있다. 문대통령의 굴욕적인 방중행각에 대해서도 단한마디의 비판도 하지 않고 오히려 큰 성과를 거두었다는 등의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적 자존은 일본이나 미국에 대해서만 필요한 것이지 중국에 대해서는 내세우기도 황송스러워서 그런 것인가?

중국은 삼가 떠받들어야 될 대국으로 보이고 일본은 물론 미국도 만만한 호구로 보여서 그러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렇다면 왜 대놓고 다시 사대(事大)를 하며 중국 밑으로 들어가자고 하지 않는지가 궁금하다.

lgh@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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