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식
김용식

가능성 9%.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카타르 월드컵에서 예선전 마지막 상대인 포르투갈을 꺾고 16강에 진출할 확률을 예측했던 수치였다. 조별 리그 2라운드 종료 후 이미 탈락이 확정된 카타르·캐나다를 제외한 출전국 중 카메룬(2%), 튀니지(4%), 웨일스(5%) 다음으로 낮은 수치였다. 그만큼 한국의 16강 진출 가능성은 희박했다. FIFA 랭킹 28위의 우리 선수들이 9위의 포르투갈을 상대로 비기거나 패하면 무조건 탈락, 반드시 이겨야만 그나마 16강 진출 가능성이 있었다. 거기에 더해 같은 조였던 가나와 우루과이의 승패와 골 득실까지 따져봐야 하는 복잡한 경우의 수까지 있었으니 9%라는 수치가 오히려 감사할 상황이었다.

비록 가능성 2%로 내다봤던 8강 진출은 세계 1위 브라질에 가로막혔으나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우리 국민에게 기쁨을 선사했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월드컵 직전까지 대다수의 축구팬들은 언제나처럼 벤투 감독의 선수 기용과 ‘빌드업 전술’에 의문을 품고 비난을 일삼았다. 보통 차근차근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의 주도권을 쥐고 승리로 이끄는 빌드업 축구는 개인 기량이 뛰어난 강팀들의 전략이라고 여겨져 왔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받던 대한민국 축구는 오랫동안 소위 ‘뻥축구’ 즉 수비에 집중하다가 기회를 틈타 뻥 차서 한 방을 노려 역습하는 카운터 전략을 주로 구사해 왔으니, 우리 축구팬들이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벤투 감독과 우리 선수들은 조별 예선 세 경기를 치르며 강팀들을 상대로 대등한 실력을 보여주며 국민 모두를 놀라게 했고, 결국 강호 포르투갈을 잡으며 1승 1무 1패 조 2위로 16강에 올랐다. ‘우리도 할 수 있다’라는 희망을 본 것이다.

브라질전 백승호 선수의 값진 한 골과 이강인, 김영권 선수가 만들어낸 환희의 동점 골, 70m를 질주해 적진의 한가운데로 파고든 손흥민 선수의 패스를 정확하게 골대에 꽂아 넣은 황희찬 선수의 역전 골 모두가 우리 국민을 흥분케 하기엔 너무나도 충분했다. 또 경기를 마친 우리 선수들이 펼쳐 들었던 태극기에 쓰여져 있던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문구를 보며 그들이 어떤 마음가짐으로 이 월드컵에 임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선수들과 코치진에게 뜨거운 박수를 전하며,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멋진 문구를 국민 모두와 나누고 싶다. 코로나 시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적 경제 침체, 노조의 횡포 등으로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고, IMF를 극복했으며 눈부신 성장으로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에 우뚝 세운 우리 국민 모두가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이 시기를 극복해 낼 용기를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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